현대시조
사군자(四君子)
임기종
2023. 1. 30.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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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군자(四君子)
梅
검버섯 덕지덕지 찌들은 가지에서
소롯히 피어오른 그 정성 지극하다
연륜도 이와 같아야 귀히 여김 받으리.
蘭
예리한 검기 끝에 떨림이 흐느낀다
접근을 허락 않고 흐르는 고고함에
숨마저 멈추어지는 고요 속의 그림자.
菊
한곳에 모인 정기 해와 달 이루더니
사방에 흩어지며 빛을 내는 아우라
속되지 않은 기품에 깊어가는 가을 밤.
竹
지조를 굽히느니 차라리 부러지리
보고도 못 다본 것 세상의 흐름이니
일체가 색즉시공(色卽是空)에 공즉시색(空卽是色)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