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 개가죽을 썼으니
임기종
2025. 2. 19. 01:10
728x90
소금장수 하나가 북도 산촌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양반하나가 머리에는 개가죽 벙치를 쓰고 몸에는 개가죽 옷을 입은채 지나기에 쳐다보고 지나치려니까 그 자는 소금장수에게
"너 어떤 놈이기에 양반을 보고도 절을 하지 않고 그저 지나치려 하느냐?"
하고 호령했다. 소금장수는,
"미처 절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모든 것이 무지한 탓이니 용서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빌었으나 양반은 호령을 그치지 않았다.
소금장수는 분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하여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돌연 개 한마리가 두 사람 앞에 나타나 짖어댔다. 그때 소금장수는 돌연 그 개 앞에 넙죽 엎드리더니 개에게 큰 절을 하는 것이다. 이를 괴이하게 여긴 양반은 너털웃음을 웃더니
"넌 어찌하여 개를 보고 큰 절을 한단 말이냐? 그 개란 놈이 너의 선조라도 된단 말이냐?"
하고 조롱하자 소금장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큰소리로,
"이놈 역시 개가죽을 덮어 썼으니 혹시 양반 댁 도련님인가 해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