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이냐, 종묘령이냐?
어느 향읍(鄕邑)의 상번군사가 종묘(宗廟) 문지기로 나가있게 되었다.
그런데 수문부장이 바로 음관으로 처음 직책을 맡은 자였고, 종묘령 자리에 있는자 역시 음관이었다. 자연히 종묘관원이 한가무사(閑暇無事)했다. 높이 목침을 베고 누워있거나 도박으로 술이나 음식내기를 하는게 고작일 정도였다.
이 시골 군사는 그런 자들의 생활을 언제나 부러워 했다.
그는 같은 고향사람이 사는 옆집에 기숙하며 밥을 붙여 먹고 그날 그날을 지냈다. 그 집에는 바깥주인이 없고 과부가 여종 하나를 데리고 군사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
어느 날이었다. 군사가 밥을 먹으려고 나왔다가 이미 때가 늦었기 때문에 중문까지 가서 밥을 달라고 하자 안에서 여종이 나왔다. 그리곤 늦게 돌아가면 벌을 받는 일이 두려워 즉시 중문안으로 들어갔다.
가보니 밥상은 이미 준비되어 있고 중년의 과부는 대청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군사가 보니 마침 그 곁에 아교그릇이 있는지라 그 아교를 물에 타서 과부의 밑터진 속옷을 들추고 그 음문에다 몰래 아교를 발라 놓았다. 그런 다음 이내 대청 아래로 내려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얼마후 잠이 깬 과부는 자기의 아랫배가 척척해서 이상히 여기는데 보니 군사가 밥을 먹고 있지 않은가. 과부는 마음속으로 자기가 잠든 사이에 그 군사가 몰래 간통 한 것으로 생각하고,
"네가 어찌 한밤중에 몰래 들어왔단 말이냐?"
"때는 늦고 배는 고파 당돌하게 취식했으니 용서해 주시오."
"흉악한 일이구나. 네가 대체 무슨 짓을 했지?"
과부는 그 길로 군사의 손을 잡고 안방으로 들어가 기왕에 당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음탕한 짓을 싫을 때까지 해버렸다. 그 일이 있고부터 접대하는 품이나 음식이 전보다 열 배나 더 풍부하게 나왔다. 군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자신의 양물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기 시작했다.
"네 팔자가 좋기 때문에 네가 이제 관위(官位)를 얻으면 어떤 직책이겠느냐. 선전관의 화려한 직책을 줄 것이지만 네가 무과(武科)에 급제한 일이 없고, 네가 눈이 하나뿐이니 어려울 것이고, 한림주서의 맑은 벼슬을 주려고 해 보았지만 네가 문과(文科)에 등제한 일이 없지 않느냐. (자신의 양물을 어루만지며)더구나 네가 향족이니 감히 바랄수도 없고, 내가 보니 남행자리로 부장과 종묘령 자리가 좋은 녹(綠)을 받고 좋은 밥을 먹으며 장일(長日)에 한안(閑安)하니 이게 진실로 좋은 직책이니 너에게 주리라. 부장이냐, 종묘령이냐?"
자신의 거시기에게 '부장이냐, 종묘령이냐?' 하는 소문이 나돌자 듣고 웃지 않는 자가 없었다. 더구나 그 군사가 뒷날 정말로 부장이 되고 종묘령이 되자 친구들은 모두 '호팔자를 타고난 녀석이로다.'하며 부러워 했다 한다.
宗廟令 - 침묘(寢廟)와 정자각(丁字閣)을 지키던 종묘서(宗廟署)의 우두머리로 종오품 벼슬.
上番軍士 - 수도방위를 위해 각도의 정병중 서울로 상경하여 임무를 수행하던 군사.
蔭官 - 과거를 거치지 아니하고 조상의 공덕에 의하여 맡은 벼슬. 또는 그런 벼슬아치.
中門 - 행랑채를 지나 중문을 들어서면 안채가 있다.
宣傳官 - 조선 시대에, 병조에 속하여 형명(形名), 계라, 시위(侍衛), 전령(傳令), 부신(符信)의 출납 따위를 맡아보던 관아에서 일하던 자.
翰林 - 한림원에 속한 정사품 벼슬. 임금의 조서를 짓는 일을 맡아보았다.
注書 - 승정원에 속한 정칠품 벼슬. 승정원의 기록, 특히 《승정원일기》의 기록을 맡아보았다.
鄕族 - 지방에서 일을보는 계급.
南行 - 음관과 같은말로 요새말로는 낙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