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오동도

임기종 2025. 5. 5.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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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

 

울창(鬱蒼)한 신우대와 하늘 가린 동백 숲

낙화(落花)에 묻힌 미로(迷路) 구비마다 숨기고

봄날의 여수바다를 벅수처럼 지켜 섰다.

 

겨울이 깊어가는 스무살 그쯤인가

등대 밑 작은 다방 난로 가에 앉아서

또래의 레지 인생사를 듣기도 했었는데.

 

희미한 그림들을 더듬어 추억(追憶)하니

아련한 그리움은 파도에 스러지고

비릿한 바닷물 냄새만 코끝에서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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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梧桐島):전남 여수에 있는 섬.

섬 전체가 동백나무, 신우대 등 상록수로 덮여 울창한 숲을 이룸.

해안은 기암절벽. 1968년 한려 해상 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

.벅수: 마을 어귀나 다리 또는 길가에 수호신으로 세운 사람 모양의 형상.

.레지: 레이디의 변형. 다방 종업원을 그렇게 불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