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이 시의 기상을 평하다 (妓評氣像)
평양 감영에는 시를 잘 지어 명성이 높은 두 기생이 있었는데, 한 여인은 금운(琴韻)이고 다른 여인은 죽엽(竹葉)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감사가 대동강가의 부벽루에서 잔치를 열고, 풍악으로 즐기다가 술이 얼큰해지니 두 기생을 불러 말했다.
"너희 둘이 모두 시를 잘 짓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니, 지금 앞에 보이는 경치를 가지고 즉흥시를 한 구절씩 읊어 보거라."
감사의 말에 따라 먼저 금운이 즉석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山不渡江江上立 (산불도강강상립)
산은 강을 건너지 못해 강 언덕에 서 있고
水難穿石石頭回 (수난천석석두회)
강물은 돌을 뚫지 못해 바위를 돌아 흐르네.
기생 금운은 별로 생각하지도 않고 앞에 펼쳐진 강물과 산을 보고 이렇게 읊는 것이었다. 이에 감사는 손뼉을 치면서 잘 지었다고 칭찬을 했다.
이를 보고 있던 죽엽이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시란 본래 그 사람의 심성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옵니까? 금운의 시에는 서방님을 붙잡아 두려는 나약한 여인의 심정만 표현되어 있어 좋다고 할 수가 없사옵니다."
"아니, 죽엽아. 그게 무슨 말이냐?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짓겠다는 말인지, 어디 한번 읊어 보려무나."
"예, 소녀 죽엽이 말씀 올리겠습니다. 지금 금운이 지은 시구가 기상(氣像)이 떨어지는 것은 두 글자가 결정적으로 잘못되어 그런 것이옵니다.
그 시구에서 '아닐 불(不)'자와 '어려울 난(難)'자를 달리 고쳐 넣고 거기에 맞추어 조절하면, 뜻이 확 달라져 기상이 살아나는 것이옵니다.“
이 말을 들은 감사는 놀라면서,
"그렇다면 죽엽이 네가 어디 한번 고쳐 넣어 보거라."
하고 독촉을 하니, 죽엽은 이렇게 세 글자만 고쳐 읊는 것이었다.
山欲渡江江底立 (산욕도강강저립)
산은 강을 건너려고 강 언저리에 서 있고
水將穿石石頭回 (수장천석석두회)
강물은 장차 돌을 뚫으려고 바위를 돌도다.
죽엽이 이렇게 고치니,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표현되었던 의미가 헤쳐 나가려고 하는 강하고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감사는 기생들의 작시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