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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만하고 잘난 체하고, 허세를 부리고 실속 없다는 뜻이다 - 6.25 때 서울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가진 어떤 노학자가 피란을 와서 모 고등학교 임시 교장으로 있었다. 공부만 하는 분이라 차림새에 별 신경을 안 썼다. 어느 날 교장실에 앉아 있는데, 청소당번 학생들이 교장실 청소한다고 좀 나가달라고 하자 두말 없이 밖으로 나갔다. 학생들은 어떤 허름하게 생긴 노인이 교장실에 왜 와 있는지를 몰라 나가달라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며칠 뒤 알고 보니 그분이 바로 자기 학교 교장선생님이었다. 그 당시 대한민국에 이학박사는 열 사람도 안 될 정도로 귀한 존재였다고 한다. 고인이 된 포항공대 초대학장 김호길 박사가 서울대학교를 다니다가 방학이 되어 안동에 있는 고모집에 다니러 갔다. 그런데 옷깃에 달린 서울대 배지를 보고 고모부가 충고를 했다. “이 시골에 공부는 잘 해도 가정형편이 안 돼서 대학은 커녕 중학교도 못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나? 네가 대학 다닌다고 배지를 달고 다니면, 그 많은 청소년들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다. 그리고 너처럼 좋은 대학 못 다니는 학생은 너 때문에 얼마나 기가 죽겠느냐? 너 혼자 기세등등하게 자랑하고 다니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 피눈물을 흘린다.” 김 박사는 그 이후로 대학 배지를 달아본 적이 없었고, 평생 남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자리에 있게 되면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GS그룹의 허창수 회장은 자기 기업에서 경영하는 스키장에 가서 그룹 회장이라는 소문을 내지 않고, 조용히 일반 입장객들과 함께 스키를 타고 왔다고 한다. 중국의 전 국무총리 주용기는 출장 갈 적에 산하 각 관청에서 사람들 동원하지 못하게 버스를 타고 조용히 다녔다. 학술행사나 문화행사를 하면 요즘 부쩍 내빈소개라는 항목이 있어 참석한 유명인사들을 소개하게 된다. 그런데 소개를 끝내고 나면 반드시 말썽이 생긴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기가 소개 받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소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소개를 받은 사람 가운데도 소개하는 순서에 불만이 있기도 하고, 소개하는 내용에 불만이 있기도 하다. 소개를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고위관료나 국회의원, 기업가 등이고 소개하는 측은 학교나 문화예술단체들인데, 소개받은 사람들에게 예산지원 등 아쉬운 부탁을 해야 되기 때문에 그 행사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영향력이 큰 인사들에게 비중을 두어 소개한다. 그러다 보니 행사의 본래 목적과 상관없이 유명인사 소개하는 장소처럼 되는 상황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참석인사 소개 다 끝내고 행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뒤늦게 도착해서 자기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는 인사도 있어 부득이 소개를 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세상사람 가운데 남에게 인정받고 대우받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출세한 사람이라고 맹목적으로 우러러보고 존경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별로 어울리지도 않는 장소에서 소개받는다고, 남에게 자신을 알려 이름을 얻고 표를 얻으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평소에 정성을 들여 두루두루 잘하고, 늘 남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데서 자신이 감동을 주어야 사람들이 잘 기억할 것이다. 출세한 사람은 이름 없는 사람을 생각하고, 당선된 사람은 낙선한 사람을 생각하고, 얻은 사람은 잃은 사람을 생각하면,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여 세상이 분열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명예나 지위를 얻은 사람이 더 얻으려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반발을 사는 것이다. 지위를 얻은 사람이, 나는 당신들과 다르다는 마음과 자세를 갖고, 교만을 떨고 잘난 체하고 허세를 부리고 과시하면 좋아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 맹자(孟子)가 “잘난 체하는 목소리와 얼굴빛이 사람을 천리 밖에서 막는다”라는 말을 했다. 정말 정곡을 찌른 말이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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