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림 그리고 이야기

잠언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1. 6. 08:02
728x90




성장한 아들에게 -작자 미상 앨리스 그레이 제공

 

내 손은 하루 종일 바빴지.

그래서 네가 함께 하나고 부탁한 작은 놀이들을

함께 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았다.

너와 함께 보낼 시간이 내겐 많지 않았어.

 

난 네 옷들을 빨아야 했고, 바느질도 하고, 요리도 해야 했지.

네가 그림책을 가져와 함께 읽자고 할 때마다

난 말했다.

"조금 있다가 하자, 얘야."

 

밤마다 난 너에게 이불을 끌어당겨 주고,

네 기도를 들은 다음 불을 꺼주었다.

그리고 발끝으로 걸어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지.

난 언제나 좀 더 네 곁에 있고 싶었다.

 

인생이 짧고,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 갔기 때문에

한 어린 소년은 너무도 빨리 커버렸지.

그 아인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으며

자신의 소중한 비밀을 내게 털어 놓지도 않는다.

 

그림책들은 치워져 있고

이젠 함께 할 놀이들도 없지.

잘 자라는 입맞춤도 없고, 기도를 들을 수도 없다.

그 모든 것들은 어제의 세월 속에 묻혀 버렸다.

 

한때는 늘 바빴던 내 두 손은

이제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

하루 하루가 너무도 길고

시간을 보낼 만한 일도 많지 않지.

다시 그때로 돌아가, 네가 함께 놀아 달라던

그 작은 놀이들을 할 수만 있다면.

---------------------------------------------------


전주 한옥마을

박 부 산

 

처마 낮은 기와집을 끼고 도는 돌담길은

막힐 듯 이어져 그리움 살아 있다

천천히 가는 곳마다 땀 배인 삶의 흔적.

 

예스러운 민속길 호기심 설레다

색다른 한지 등(韓紙 燈) 마음을 밝혀 주고

아늑한 사랑방에서 기다리는 가야금.

 

어머니 손맛처럼 감칠맛 나는 만찬(晩贊)

동동주로 시름 잊고 향수에 젖는 순간

꿈 속의 고향 찾아온 듯 창() 한 가락 흥겹다.


'여행 ,그림 그리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그림자  (0) 2017.11.06
물그림자 2  (0) 2017.11.06
빨간 옷을 입은 상인  (0) 2017.11.03
포구  (0) 2017.11.02
귀항  (0) 2017.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