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268

튼튼한 창자 (强健大腸)

아주 더운 어느 여름 날 딸아이가 벌거벗고 낮잠을 자고 있는 아버지의 그것을 보고 말았다. 궁금한 딸아이가 어머니에게,"엄마 ! 저게 뭐예요?"라고 묻자 난감한 어머니가 얼떨결에 대답했다."으응, 저거…, 저거는 창자다 창자."10수년이 지난 후 딸은 가난한 집으로 시집을 갔다. 시집간 후 반년이 지나 수척한 얼굴로 딸이 친정에 다니러 왔다. 어머니는 걱정이 되어 딸에게 물었다"시댁이 가난한 살림이라 여러 가지 어려운 게 많지?"하며 걱정을 했다. 그러자 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집구석은 가난할망정 그이의 창자만은 아주 튼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해학과 재치 00:27:10

나 또 방귀 뀌었는데… (吾又放氣)

어느 한 사령(使令)이 전립(戰笠)을 쓰고 활보하면서 걷다가 밭에서 김을 매고 있는 여인이 과히 밉지 않게 생긴 것을 보고 갑자기 음욕(淫慾)이 생기던 차, 마침 여인이 방귀를 뀌므로, "어찌 함부로 방귀를 뀌느냐 ?" 하니 김을 매고 있던 여인이 흘겨보며,"보리밥을 먹고 종일 김을 매는 사람이 어찌 방귀를 뀌지 않겠소 ?" 하니 사령이 눈을 부릅뜨고 무섭게 나무라기를, "방귀 함부로 뀌는 여인을 관가로부터 잡아들이라는 분부가 있었다." 하고 여인을 끌어 당겼다. 여인은 겁을 먹고 기세가 꺾여 여러 말로 애걸하면서, "다른 곳에서도 방귀를 뀐 여자가 있을 것이니 나를 버려두고 다른 사람을 잡아가면 그 은혜가 클 것입니다." 하고 통사정을 하였다. 그러자 사령이, "내 그대의 청을 들어 줄 것이니 그대도 ..

해학과 재치 2025.06.25

곧 벼락부자가 되겠는데… (終至萬億兆)

옹기장수가 옹기 한 짐을 지고 나무 밑에 쉬며 눈을 지그시 감고 암산(暗算)을 하면서, "한푼이 두푼이 되고, 두푼이 네푼 되고, 일전이 이전이 되며, 한짐이 두짐 되고, 한냥이 두 냥이 될 것이다. 두냥이 넉냥이 되어서 차차 배(倍)가 되어, 마침내 만억조(萬億兆)에 달하게 되고, 재산이 이처럼 되면 장부가 처세하는데 어찌 아내가 없겠는가 ? 아내가 있은 후 에는 어찌 첩이 없겠는가 ? 이렇게 한 후에 일처일첩(一妻一妾)은 대장부의 상사(常事)이니 처첩(妻妾)이 있은 후에 만 약 서로 싸운다면 마땅히 이렇게 때려야 한다." 하고 지게작대기로 옹기그릇을 마구 때려 부순 후에 눈을 뜨고 생각하여 보니 한 가지도 이루어진 것은 없고 옹기만 모두 깨어졌을 뿐 만 아니라 지게까지 부셔졌고, 다만 옆에 서푼짜리 ..

해학과 재치 2025.06.24

선비 옹기 장수

어느 선비가 어찌나 가세가 가난하였던지 견디다 못한 부인이 장사라도 하기를 권했다.“남들은 옹기 장사를 해서 배불리 먹고삽디다. 그러니, 당신도 한번 해보구려.”“내가 옹기 장사를?”부인이 패물까지 처분하여 밑천을 마련해 주었으므로 선비는 부인이 시키는 대로 곧장 저자에 나가서 옹기 한 짐을 사서 지고 집에 왔다. 그러자, 부인이 중의 하나를 더 꺼내 주면서 “만일에 돈 대신 곡식을 주는 사람이 있으면 이 중의를 벗어 아래를 묶어 가지고 담아 오세요.”하는지라, 그러마 하고서는 먼 마을로 나가 “옹기 사시오. 옹기 사! 옹기를 살터이면 중의를 벗은 후에 사시오.”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자기로서는 옹기를 사는 사람이 곡식을 준다면 중의를 벗어서 담겠다는 뜻으로 한 말이지만, 남이 듣기에는 매우 ..

해학과 재치 2025.06.23

이방의 재치

어느 날. 평양감사가 이방의 재치를 시험해 보려고 대동강으로 함께 나가서 물에 떠 있는 오리를 보고 "저 오리는 십리를 가든지 백리를 가든지 언제나 오리라고만 하니 무슨 이치인가?"그러자, 이방의 말인 즉 "할미새는 어제 나도 할미새, 오늘 나도 할미새라 하니 그 이치는 무엇입니까?" 하고 이방이 반문하거늘 감사는 내심으로 보통이 넘는 맹랑한 이방이라고 생각하고서 "새장구는 다 낡아도 밤낮 새장구라고 하니 그것은 무슨 이치이겠는가?" 그러자, "사또께서는 북(鼓)은 동에 있으나, 서에 있으나 항상 북이라고만 하는 이치를 아시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사또는"창(槍)으로 창(窓)을 찌르면 그 구멍을 창(槍)구멍이라고 하는가, 창(窓)구멍이라 하는가?" 하니, 이방의 말인 즉"사또님, 눈 오는 날에 눈(雪)..

해학과 재치 2025.06.22

맛은 다 알고 있구려. (人間之極味)

어떤 처녀가 출가하였는데, 그의 유모가 은근하게, "어제 밤의 그 맛이 어떠 하시던가요 ?" 하고 물어보았다. 신부는, "그 맛은 좋은 것 같기는 하지만 깊은 맛은 아직도 알 수 없더이다." 하였다. 이에 유모가, "그 맛은 인간에게 제일 좋은 맛이며, 한창 흥이 일어 무르익을 때는 눈은 태산의 형태를 보지 못하고 귀는 천둥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아씨는 아직 그 일에 익숙하지 못하여 이와 같은 지극한 맛을 알 수 없을 것입니다." 하고 말하자 신부는, "유모의 말이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난 아직도 그 극미(極味)를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이에 유모는,"아씨가 낭군님과 잠자리를 같이 할 때에 제가 문구멍으로 어떤 물건 하나를 넣어 보일테니 만일 아씨가 그 물건을 알아보시면 그 ..

해학과 재치 2025.06.21

문자 쓰다 망했네

옛날에, 자신의 유식함을 보이기 위해 말이란 말은 모두 문자로 쓰기를 좋아하는 사나이가 있었다. 어느날 처가를 방문했는데 하필이면 그날 저녁 산에서 커다란 호랑이가 내려와 장인을 덥석 물어갔다. 놀란 처남이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호랑이를 뒤쫓아가면서 그 유식한 매부더러 말하길,"동네 사람들을 모두 깨워 연장들을 챙겨 빨리 따라오라."이 사내, 위급한 상황에서 동네 사람들을 깨우기 위해 큰소리로 외치는데..... "遠山之虎(원산지호)가 自近山來(자근산래)하여,吾之丈人(오지장인)을 捉去也(착거야)하니,有銃者(유총자)는 持銃來(지총래)하고,有槍者(유창자)는 持槍來(지창래)하되,無銃無槍者(무총무창자)는 皆持蒙同(개지몽동)이하고,速速來(속속래)하라, 速速來(속속래)하라!!" (먼 산의 호랑이가 가까운 산으로부터 ..

해학과 재치 2025.06.20

대감부인들의 수다

대감 부인 넷이 정대감 네 대청에 모여 않아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날은 날씨 탓이었던지, 장소 분위기가 문제였는지, 남이 들으면 낯이 뜨거워질 그런 수준의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먼저 김대감 마님이 예기를 꺼냈다. "난 젊은 사내만 보면 그만 온몸이 근질거려 정신이 없어요. 아무래도 난 남자를 무척 밝히는 모양 이예요." "어머나! 그런 기탄없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하며 황대감 마나님이 말하기를, "저를 정신없이 만드는 건 남자들 보다는 술이어요. 저는 장롱 속에 감홍로(甘紅露) 병을 감춰놓고 혼자서 홀딱거리며 마시지요. 그 맛이란 취기가 돌면 돌수록 기가 막힙니다요! 천당을 몇번 왔다 갔다 한 것 보다가도 더 좋으니 말이어요." 그러자 정대감 부인도지지 않고 말..

해학과 재치 2025.06.19

옷 벗는 소리

조선조 선조 때의 이야기다. 송강 정철과 서애 유성룡이 어느 손님 한 분을 대접하는 자리였는데 그 자리에는 백사 이항복, 일송 심회수, 월사 이정귀도 함께 참석하였다. 술자리가 벌어져 온갖 잡담을 나누다가 누가 먼저 말머리를 꺼냈는지 이 세상 모든 소리 중에 무슨 소리가 제일 듣기 좋은가 하는 문제가 나왔다. 모두 한 나라의 이름난 재상들이요. 세상을 뒤흔드는 이름난 문장가들이기 때문에 다 한 마디씩을 할 수 있는 인물들이었다.먼저 송강이,"달 밝은 밤에 좋은 노래 소리를 듣는게 제일 좋지"일송은,"단풍 든 가을 산에서 우는 원숭이 소리가 제일 듣기 좋은 소리지"다음 서애는"새벽녘쯤 되어서 술통에서 떨어지는 술 방울 소리보다 더 운치 있는 소리는 없지"다음 월사는"고요한 초당에서 나오는 젊은이의 시 읊..

해학과 재치 2025.06.18

두더지가 자식 혼처를 구하다

두더지가 자기 자식을 위해 높은 혼처를 구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가장 높은 것은 오직 하늘이라 여겨 하늘에 청혼을 해보았다. 그러나 하늘은 말했다. “내 비록 만물을 총괄하고 있기는 하지만 해와 달이 아니면 나의 덕을 드러낼 방법이 없네.[我雖兼包萬有 非日月 則無以顯吾德:아수겸포만유 비일월 즉무이현오덕].” 그래서 두더지는 해와 달을 찾아서 혼인을 구했다. 그러나 해와 달은 말했다. “내 비록 널리 비추지만 구름이 가리니 그것이 나보다 높다네.[我雖普照 惟雲蔽之 彼居吾上乎:아수보조 유운폐지 피거오상호].” 두더지는 다시 구름을 찾았더니 구름의 대답은 이랬다. “내 비록 해와 달의 빛을 덮어 비치지 못하게는 하지만 바람이 한번 불면 모두 흩어지고 만다네. 그러니 바람이 나보다 더 높네.[我雖使日月失明 惟風..

해학과 재치 2025.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