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142

육담(肉談). 삼외(三畏) 선생

선비 한윤(韓閏)은 자기가 거처할 집을 한 채 짓고 친분이 두터운 조(趙) 선생에게 그 건물에 붙일 이름인 당호(堂號)를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조 선생은 웃으면서,"그러지. 내 평소 자네를 살펴보니 세 가지 문제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보였어. 그러니 자네 새집의 당호는 '삼외(三畏: 세 가지 두려움)'로 하면 좋겠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윤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되물었다."아니, 나에게 세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니 그게 무언가? 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데"이에 조 선생은 크게 웃고 그 세 가지 두려움을 설명했다."그래? 내 설명하지. 아내가 늙고 병들어 때가 낀 얼굴에 주름진 손, 그리고 너풀너풀한 해진 옷을 입고 머리에 무명 수건을 두른 채, 멀리 또는 가까이..

해학과 재치 05:16:07

육담(肉談). 식욕과 색욕 중에

한 선비 집에 종이 있었는데 그 종의 아내가 매우 예뻤다. 주인 선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몰래 이 종의 아내 방에 들어가 열정을 불태웠으며, 그리고 이 종의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선비가 매우 조심을 했지만 그만 10여세 된 조카에게 들키고 말았다. 하루는 조카가 선비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삼촌은 여자에 대한 색욕과 식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아니, 너 어린것이 무엇을 안다고 그런 말을 하니?"선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조카를 이렇게 나무랐다."삼촌,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제 물음에 대한 대답이나 어서 해보세요.""뭐? 색욕과 식욕이라고? 그야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사니까 식욕이 더 중요하겠지. 그렇지 않아?"삼촌의 대답에 조카는 한참 동안 삼촌을 빤히 쳐다보..

해학과 재치 2025.01.16

육담(肉談). 여인의 취향

조정 대신 두 사람이 이웃에 살면서 매우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나이 들어 늙으니 두 대감 모두 수염과 머리에 흰털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대감은 흰털이 날 때마다 뽑아 수염과 머리가 검어 보였고, 한 대감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아서 머리와 수염이 모두 희었다. 머리가 검게 보이는 대감이 허연 대감을 보고 말했다."흰털을 뽑으면 다섯 가지 이로운 점이 있어. 첫째는 늙어 추한 모습을 숨길 수 있고, 둘째는 얼굴이 아름답게 보이며, 셋째는 그리하여 아내와 첩을 즐겁게 해줄 수가 있지. 그리고 넷째는 늙은 노인으로 보이지 않게 되고, 다섯째로 그래서 벼슬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아도 되는, 이런 다섯 가지 이로움이 있거든."이 말에 백발의 대감이 허연 머리털을 한 번 쓰다듬고는, "자네 말은 틀렸네. 몸에..

해학과 재치 2025.01.15

육담(肉談). 고기도 먹어본 자가

한 선비가 장가를 가서 첫날밤을 지냈다. 아침에 신랑을 따라온 선비 집 종들이 몰려와 신부에게 잘 주무셨느냐고 문안 인사를 드렸다. 이 때 신부가 그 종들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너희 도련님이 집에 첩을 몇 명이나 거느리고 있느냐?"이 물음에 신랑 집 종들은 당황해하면서,"우리 도련님은 아직 나이도 어리고 해서 첩이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신부는 화를 내면서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요것들아, 거짓말 마라. 너희 도련님이 첩을 두고 있지 않다면, 어찌 밤에 잠자리를 하면서 그렇게도 능숙하고 다양하게 거침없이 잘할 수가 있단 말이냐? 거짓말 말고 첩이 몇 명인지 바른대로 일러라.""옛? 새아씨! 소인들은 사실대로 아뢴 것이옵니다."종들이 돌아 나오면서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이에 한 종..

해학과 재치 2025.01.14

육담(肉談). 이놈아, 남자는 똑 같아

한 기생이 부모상을 당해 절에 가서 재를 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재 올리는 날, 여러 친구 기생들이 재 올리는 행사도 구경할 겸, 조문 차 함께 절로 몰려갔다. 재 올리는 행사가 끝나고 절에서 차린 음식을 먹게 되었는데, 채소를 썰고 있던 한 젊은 스님이 갑자기 하던 일을 멈추고 칼을 든 채 벽에 기대어 정신을 잃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주지 스님이,"얘야, 왜 일을 하다 말고 서 있느냐? 손님 접대에 차질이 없도록 부지런히 서둘러야 한다."하고 독촉하니, 서 있던 스님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했다."큰스님, 도저히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갑자기 예쁜 기생들을 많이 보게 되니 사타구니 사이의 물건이 발동하고 마음이 산란하여 진정할 수가 없습니다. 이 칼로 제 물건을 잘라 버리려고 하는 중입니..

해학과 재치 2025.01.13

육담(肉談). 은(銀) 항아리 때문이야

한 조정 관리가 호남지방에서 기생을 사랑하여, 서울로 올라오면서 차마 작별하지 못하고 자기 말에 태우고 금강(錦江)까지 왔다. 기생은 배에 올라 관리를 붙잡고 대성통곡을 하면서,"나으리와 이별하기보다는 차라리 이 강물에 빠져서 죽겠습니다."라고 외치고 뱃전으로 가서 물에 뛰어들려 했다. 이에 관리도 눈물을 흘리면서 기생을 붙잡아 안고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죽어서는 안 돼. 내가 다시 찾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이러면서, 짐을 뒤져 은 항아리를 꺼내 주는 것이었다. 이어 배가 떠나려고 하니 기생은 울며 배에서 내렸는데, 배가 떠나자마자 기생은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즐겁게 웃었다. 그리고 흥얼거리면서 노래를 부르니, 이 때 옆에 있던 기생 친척 한 사람이 이런 모습을 보고 나무랐다."얘야, 저 관리의..

해학과 재치 2025.01.12

육담(肉談). 기생의 기둥서방

이몽이란 선비가 금강선(錦江仙)이란 기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런데 금강선은 춤과 노래에 뛰어난 재능이 있어서, 부잣집과 높은 벼슬아치 집 잔치에 많이 불려 다니면서 여러 남자들과 어울렸다. 그래서 이몽은 질투심이 생겨 늘 의심하고 싫어하는 기색을 나타내 보였다. 이에 금강선은 불쾌한 생각이 들어서 이몽에게 말했다."내 비록 기생이나 당신과 살고 있기 때문에 몸을 조심하고 함부로 다른 남자와 잠자리를 하는 일이 없는데, 당신이 그렇게 나를 못 믿어 질투하고 의심을 하니, 그렇다면 내가 초청되어 가는 잔치에 몰래 와서 숨어 한번 살펴보시오."이러고 어느 날 6조(六曺)관리들이 모임을 갖는 자리에 초청 되었을 때, 이몽에게 종의 옷을 입게 하고 몰래 와서 종들이 모여 있는 곳에 섞여 숨어서 구경을 해보라고..

해학과 재치 2025.01.11

육담(肉談)83. 배가 부르니

한 선비가 첩을 들여놓으려고 먼저 그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엄숙하게 말했다." 사람들 말이, 남자가 첩을 들여놓으면 존귀해진다고 합디다. 내가 지금 첩을 들여놓으려는 것은 당신을 멀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존귀하게 하려는 것이오. 첩이 당신 하는 일을 대신하고 음식 의복도 대신 마련해 줄 테니, 당신은 앉아서 지시만 하면 되는데 이 어찌 존귀해지는 것이 아니겠소?"아내는 이 얘기를 듣고 화를 내면서 덤벼들었다."여보, 나는 존귀해지는 것도 싫고 편안해지는 것도 싫습니다. 무릇 음식을 먹으면 배가 불러지는 것은 남녀가 모두 같은데, 내가 음식을 먹어 보니 아침밥 잘 먹은 날은 저녁밥이 맛이 없습디다. 우리들의 잠자리도 마찬가지로, 당신이 첩과 맛있게 자고 나면 음식 먹어 배부른 것처럼 나하고는 무슨 재..

해학과 재치 2025.01.09

육담(肉談). 기생의 마음

전목(全穆)이 충주에 가서 기생 금란(金蘭)을 사랑해 정이 깊이 들었다. 전목은 충주를 떠나는 날 밤 기생 배 위에 엎드려 속살을 맞대고 다음과 같은 맹세를 했다."금란! 조심하여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지 말아야지.""예, 서방님, 소녀 비록 연약한 여자이나 저 월악산(月嶽山)이 무너져도.. 서방님을 향한 일편단심은 결코 변치 않을 것입니다. 염려 마시고 두고 보소서."이렇게 서로 철석같이 맹세하고 이튿날 헤어졌다. 그런데 전목이 충주를 떠났다가 몇 달 후에 다시 그 기생을 찾아가니, 기생 금란은 이미 단월 역승(단월역 책임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 이 사실을 안 전목은 화가 나서, 얼마 전 이별할 때 철석같이 약속한 것을 왜 저버렸느냐고 추궁하는 내용의 시를 써서 금란에게 보냈다.‘들으니 네가 단월..

해학과 재치 2025.01.08

육담(肉談). 김삿갓의 잔꾀

김삿갓이 제자와 함께 팔도강산 유람을 떠나는 길이었다.한참 가다 보니 한 아낙네가 김을 매는데 엉덩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었다. 제자가 그것을 보고는 김삿갓에게 장난스레 말했다."선생님, 저 부인 엉덩이는 어떻게 생겼길래 저렇게 분주스러운지 다 벗겨서 볼 수가 있겠습니까?""하, 그까짓 거 못 봐? 자네 나하고 같이 가서 보자."김삿갓이 앞장 서 숨이 차도록 다가갔다. 그는 불문곡직하고 김을 매는 아낙네의 엉덩이를 탁 치며 고함을 쳤다."아하, 이제야 찾았구나. 이년아, 빨리 가자."다짜고짜 김삿갓이 손을 잡아끌자 아낙네는 어이가 없었다."아니, 당신이 대관절 뭐길래 이렇게 희롱하는 거요."아낙이 화를 내자 김삿갓이 도리어 호통을 쳤다."야, 이년아! 희롱이고 뭐고 빨리 가자. 나라의 임금이 사..

해학과 재치 202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