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192

첩을 얻으면

한 선비가 첩을 들여놓으려고 먼저 그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사람들 말이, 남자가 첩을 들여놓으면 존귀해진다고 합디다. 내가 지금 첩을 들여놓으려는 것은 당신을 멀리하려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존귀하게 하려는 것이오. 첩이 당신 하는 일을 대신하고 음식 의복도 대신 마련해 줄 테니, 당신은 앉아서 지시만 하면 되는데 이 어찌 존귀해지는 것이 아니겠소?"아내는 이 얘기를 듣고 화를 내면서 덤벼들었다."여보, 나는 존귀해지는 것도 싫고 편안해지는 것도 싫습니다. 무릇 음식을 먹으면 배가 불러지는 것은 남녀가 모두 같은데, 내가 음식을 먹어 보니 아침밥 잘 먹은 날은 저녁밥이 맛이 없습디다. 우리들의 잠자리도 마찬가지로, 당신이 첩과 맛있게 자고 나면 음식을 먹어 배부른 것처럼 나하고는 무슨 재미가 있겠습니까? ..

해학과 재치 06:15:51

유혹의 기준

중국의 사신이 와서 군악을 울리고 많은 군인들이 행렬을 이루어 사신을 호위해 지나가는데, 큰길 옆에 있는 한 사대부 집에서 부인이 길가 담장에 붙은 높은 누각에 올라가 발(簾)을 걷어 올리고 얼굴을 모두 드러낸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이에 중국 사신이 그 여인을 가리키면서"일찍이 조선에 미인이 많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렇군요."이 일이 알려져, 그 내다보고 있던 부인의 남편은 사대부들 사이에서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로 놀림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부인들은 뭇 남성들에게 얼굴을 노출시키면 유혹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었다.옛날부터 부인들의 행동 중에서 남성에게 유혹을 느끼게 하는 행동으로 세 가지를 들었는데,그 세 가지가 바로 삼상(三上), 삼중(三中), 삼하(三下) 이다. 삼상 : 마상(馬上) - 말 위에 앉아..

해학과 재치 2025.04.03

멋진 놈

시골에 사는 남씨(南氏) 성을 가진 사람이 돈을 많이 벌어 말년에 1만금 부자가 되었는데,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기한이 되면 종을 보내 철저히 독촉해 받아 오도록 했다.하루는 새벽에 종이 돈 받을 집으로 가니 그 집 부부는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있었다.그래서 종은 할 수 없이 문밖에 서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는데, 부부는 언제 잠을 깼는지 어느새 아침 정사(情事)를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종이 호기심에 가만히 들창 밑으로 가서 방안을 넘어다보니, 남자가 한창 열을 올려 행사를 하는데 부인이 남자의 허리를 껴안으면서 어리광 부리듯 말하길"여보! 우리 이럴 때 너무 좋지요?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네요. 몸이 둥둥 떠서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아요."부인의 이 말에 남편은 계속하던 허..

해학과 재치 2025.04.02

남자의 백발

조정 대신 두 사람이 이웃에 살면서 매우 친하게 지냈다.그런데 나이가 들어 늙으니 두 대감 모두 수염과 머리에 흰털이 나기 시작했다.그러나 한 대감은 흰털이 날 때마다 뽑아 수염과 머리가 검어 보였고, 한 대감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아서 머리와 수염이 모두 희었다. 머리가 검게 보이는 대감이 허연 대감을 보고 말하길"흰털을 뽑으면 다섯가지 이로운 점이 있어.첫째는 늙어 추한 모습을 숨길 수 있고,둘째는 얼굴이 아름답게 보이며,셋째는 그리하여 아내와 첩을 즐겁게 해줄 수가 있지.넷째는 늙은 노인으로 보이지 않게 되고,다섯째로 그래서 벼슬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아도 되는,이런 다섯가지 이로움이 있거든."이 말에 백발의 대감이 허연 머리털을 한 번 쓰다듬고는 반박하길"자네 말은 틀렸네. 몸에 난 털을 뽑는 것은..

해학과 재치 2025.04.01

육담(肉談). 먹고 굶고

어떤 사람이 딸을 부잣집으로 시집보냈다. 그런데 그 딸이 좀 모자란 구석이 있는터라 그는 내심 이렇게 생각했다. '가만 있자, 내가 밥을 굶을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딸애가 잘사니까 어떻게 해서든 쌀 한섬이라도 얻어 와야겠다.‘그는 드디어 날을 잡아서 딸네 집에 놀러갔다. 시집살이 엄한 옛날에 친정아버지가 집에 놀러오셨으니 딸이 얼마나 반가웠을까."아버지 오셨어요?"딸은 좋아서 어쩔줄 몰라 하며, 아버지를 방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큰절을 올린 뒤 두루두루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그런데 아버지, 요즈음 어떻게 사세요?""살기는 어떻게 사냐? 아침 먹으면 종일 굶다가 점심 먹고 또 점심 먹으면 종일 굶다가 저녁 먹고 세상을 이렇게 산다."딸은 깜짝 놀랐다."아니 그렇게 어려우세요? 저희는 아침 먹고 점심 ..

해학과 재치 2025.03.06

육담(肉談). 바보 신랑

한 총각이 장가를 갔는데 바보였다. 그럭저럭 혼례를 치르고 한달 쯤 지나서 처가에 가게 되었는데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이나 공들여서 외운 처가 마을 이름이며 장인 이름도 다 까먹어 놓았으니 더욱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고생 고생해 가며 이렇게 저렇게 물어서 겨우 처가 근처에 이르자 한 꾀가 생각났다. 마침 샘에서 물을 푸는 젊은 아낙을 만나 이렇게 물었다."요사이 혼례를 치른 집이 어디요?"그런데 불행하게도 그 젊은 아낙이 바로 자기 아내였다.아내는 몹시 화가 났다. 제 마누라 얼굴도 모르고 처가도 못 찾는 위인을 남편이라고 두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한번 크게 골려 줄 참으로 이렇게 일러주었다."아, 그 집이오. 여기서 좀 먼데. 가만있자, 옳지 저기 가는 저 흰둥이 개가 그..

해학과 재치 2025.03.05

육담(肉談). 바보 사위

어떤 바보가 장가를 들었는데 처갓집 나박김치가 일품이었다. 저녁에 신방에 들어서도 신랑은 나박김치 생각뿐이었다. 신랑은 신부에게 물어 보았다."이봐 색시야, 거 아까 저녁상에 있던 그게 뭐야?""무얼 말씀하시는지요?""네모난 무에 시원한 국물이 있는 그거 말이야.""아, 나박김치요?""그거 이름이 나박김치야? 그런데 그거 어디 있지?""부엌에 가면 있지요."보통 사람같으면 신부에게 이야기하든가 장모를 불러서 부탁할텐 데 이 사람은 신부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부엌으로 몰래 숨어 들어갔다. 그는 부엌 여기저기를 뒤지다가 부뚜막 위에 놓인 조그만 옥단지를 발견했다. 사위 대접을 하려고 조그만 단지에 정성스레 담아 놓은 것이 여간 맛깔스럽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두 손을 단지 속에 집어넣고 나박김..

해학과 재치 2025.03.04

육담(肉談). 눌은밥 효과

어떤 총각 둘이서 친하게 지냈는데 한 친구가 어쩐 일인지 늘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야, 나 기운 없어 죽겠다.""젊은 녀석이 만나기만 하면, 그런 소리나 해대고...안됐다. 대체 왜 그래?""너도 내 입장이 되어 봐라. 너야 부모님 밑에서 잘 먹고 지내지만 나야 어디 그러냐? 아버지 어머니 다 돌아가시고 형수 밑에서 얻어먹는데.""형수가 굶기기라도 해?"“굶기기야 하겠냐? 밥을 준다는 게 맨날 눌은밥이야. 이젠 누룽지만 보면 신물이 다 난다."그 말을 들은 친구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좋은 꾀를 하나 궁리해 냈다."너 걱정하지 마라. 좋은 수가 있다.""어떻게 하는데?""아무 생각 말고 내일 아침 내가 갈테니까 미리 변소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 있기나 해라. 그리고 내가 묻는 말에 시키는 대로..

해학과 재치 2025.03.03

육담(肉談). 살꽁지

옛날에 어느 작은 마을에 처녀 총각이 살았다. 하루는 총각이 나무하러 산에 가보니 마침 처녀도 나물 캐러 와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딱 둘뿐이었다. 총각은 엉큼한 생각이 들어서 수작을 꾸미기 시작했다."너 나물 다 캤니?""응, 너 나무 다 했어?""응, 그러면 우리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둘은 자연스럽게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아서 가지고 온 점심 보자기를 풀었다. 그런데 총각은 무얼 좀 알았던 모양이지만 이 처녀는 맹한 구석이 있어서 남녀의 일에 관해서는 전혀 몰랐다. 총각이 넌지시 말했다."저 옹달샘에 가서 물을 좀 마시려고 하는데 나를 좀 붙잡아 줄래?""그래."총각 녀석은 그 대답을 듣더니만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했다."물 먹는데 옷은 왜 벗어?"처녀가 묻자 총각이 둘러댔다..

해학과 재치 2025.03.02

육담(肉談). 염소가 된 서방

어떤 사람이 장가를 들었는데, 아내가 여간 미련해 도무지 함께 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똑똑하고 애교있는 첩을 하나 구해 두고 날마다 그 집에 가서 살다시피 했다. 아내는 비록 미련하기는 하나 여자는 여자인지라 어떻게 해서든 남편이첩네 집에 가지 못하도록 궁리했다. 하루는 남편의 팔에 끈을 묶어서 그 끈을 제 허리에 동여매고는 멀리 가지 못하게 단단히 조치를 취해 놓았다. 남편은 첩 생각이 간절해서 우선 뒷간에 간다는 핑계로 빠져 나와서 이 궁리 저 궁리를 했다. 그렇게 뒷간에 앉아서 한참 궁리하는데 마침 염소 한마리가 쑥 들어왔다. 남편은 앞뒤 잴 것 없이 자기 팔의 끈을 풀어서 염소 앞다리에다 묶어 두고는 첩의 집으로 쏜살같이 내뺐다. 아내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의심이 되어서 이따금씩 끈을 ..

해학과 재치 2025.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