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143

육담(肉談). 김삿갓의 잔꾀

김삿갓이 제자와 함께 팔도강산 유람을 떠나는 길이었다.한참 가다 보니 한 아낙네가 김을 매는데 엉덩이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이었다. 제자가 그것을 보고는 김삿갓에게 장난스레 말했다."선생님, 저 부인 엉덩이는 어떻게 생겼길래 저렇게 분주스러운지 다 벗겨서 볼 수가 있겠습니까?""하, 그까짓 거 못 봐? 자네 나하고 같이 가서 보자."김삿갓이 앞장 서 숨이 차도록 다가갔다. 그는 불문곡직하고 김을 매는 아낙네의 엉덩이를 탁 치며 고함을 쳤다."아하, 이제야 찾았구나. 이년아, 빨리 가자."다짜고짜 김삿갓이 손을 잡아끌자 아낙네는 어이가 없었다."아니, 당신이 대관절 뭐길래 이렇게 희롱하는 거요."아낙이 화를 내자 김삿갓이 도리어 호통을 쳤다."야, 이년아! 희롱이고 뭐고 빨리 가자. 나라의 임금이 사..

해학과 재치 2025.01.07

육담(肉談) . 부친의 기일이라

서울 사는 귀공자(貴公子)가 어떤 고을에 들렀다. 마침 관장이 잔치를 베풀었는데 예쁜 기생들도 있었다. 그러나 귀공자는 그날이 부친 제삿날이어서 근신해야 하므로 살며시 빠져나와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옆자리에 앉았던 기생 역시 따라 나와 숙소까지 온 것이었다. 귀공자는 숙소까지 쫓아온 기생을 보자 너무 예뻐서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부친의 제삿날에 기생을 껴안고 즐긴다는 것은 윤리도덕상 용인되지 않는 일이어서 깊은 고민과 마음의 갈등을 느꼈다. "얘야, 오늘은 내가 너와 함께 잠을 잘 수 없는 형편이니 그만 돌아가 다오."하고 기생에게 타일렀지만 끝내 돌아가지 않고 이불 속으로 파고든다. 귀공자가 많은 생각이 교차되면서 고민하는 동안 밤은 점점 깊어 갔고, 옆에 누운 기생은 끊임없이 몸을 ..

해학과 재치 2025.01.06

육담(肉談) . 송이접신(松茸接神)

어떤 청상과부가 여종 하나를 데리고 있었는데, 여종 역시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과부가 여종에게 말하기를, “넌 천한 몸이어늘 어찌 개가(改嫁)를 하지 않나” 하였을 제 여종은, “아씨께서 홀로 계시는데, 제가 어찌 사내를 얻어 홀로 즐길 수 있으리까. 이 몸은 죽도록 시집을 가지 않으렵니다” 하고 맹세를 하는 것이었다. 과부는 그의 곧은 절개를 기특히 여겼다. 때는 마침 중추의 가절이다. 동네에 송이(松茸)장수가 지나치기에 과부는 여종에게 그 중 특히 길고 커다란 놈 서너 개를 골라 사오도록 했다. 그들 둘이 서로 송이의 생김새를 살펴보니 흡사 그 물건과 꼴이 같은 것이다. 과부가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송이의 값을 묻지 말고 큰 것으로 모두 사 갖고 오너라” 여종이 곧바로 사 가지..

해학과 재치 2025.01.05

육담(肉談). 소금장수가 처를 훔치다

산골의 한 생원내외가 초가삼칸에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저녁 소금장수가 와서 하루 밤 자고가기를 간청했다. 생원은 “우리 집 방이 협소한 데다 안팍이 지척이라 도저히 재울 수가 없소” 하면서 보기 좋게 거절했다. 소금장수도 그만한 말로 물러나지 않았다. “저도 어려운 사람이라 소금 팔아 근근이 살고 있는데 이곳을 지나가다 마침 해가 져 인가도 없고 있다고 해도 하루 밤 자는 것이 허락되지 않을진데 호랑이가 무서워 서가 아니라 어찌 이렇게 매정합니까?” 그 말을 들은 생원은 당연한 사리에 어쩔 수 없이 허락했다. 생원이 안으로 들어가 밥을 먹은 후 그 처에게 말했다. “요즘 내가 송기떡이 먹고 싶은데 오늘 밤 송기떡을 만들어 먹읍시다” “사랑에 손님을 두고 어찌 조용히 함께 먹을 수 있어요?”“그건 어렵지..

해학과 재치 2025.01.04

육담(肉談) . 생각은 다 똑같다

현묵자(玄默子) 홍만종(洪萬宗)의 당숙인 영안도위(永安都尉)가 연경(燕京)에 가는 도중 요소(遼蘇)의 사이에 이르렀더니 군관 네 사람이 함께 한 여염집에 들어가 바깥채에서 묵으려고 했다. 그런데 그 집안이 하도 조용해 사람의 소리라곤 없다가 갑자기 한 소녀가 나와 "남편이 장교(將校)인데 멀리 나가 있어 제가 홀로 집을 지키니 가이 나그네를 재울 수 없습니다."하고 말이 그치자 이내 안으로 들어가는데 본즉 분명히 천하국색(天下國色)이라. 이날 밤 한 사람이 여럿이 잠든 틈을 타 가만히 안으로 들어가 쉽사리 여인의 허락 아래 서로 극환(極歡)을 즐겼다. 밤이 깊은지라 귀를 모아 옆의 소리를 들은즉 곧 자기 친구의 코고는 소리라. 이에 한 사람이 몸을 빼어 안으로 들어가니 분벽사창(粉壁紗窓)이 반쯤 열려 있..

해학과 재치 2025.01.03

육담(肉談).여름철에 시원해서 좋겠다

한 노인이 어린 첩과 운우의 정을 나누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양물이 힘이 없어 음문을 파고 들어가지 못하자 손으로 쥐어틀어 넣으려 하면서 첩의 배위에 엎드려, "들어가느냐"하고 물었다. "안 들어옵니다." 노인은 다시 일어나 거듭 쥐어틀며 꽂으려고 엎드려 "들어가느냐" 하고 물었다. "들어오지 않습니다."그런 일을 몇 번 반복한 노인은 기운이 다 빠지고 초조해져서 "여지껏 들어가지 않느냐" 하고 거의 다 죽어가는 소리로 첩에게 물었다. 첩은 노인을 측은하게 여겨 "예, 이제야 겨우 들어왔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노인은 즐거워서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나 노인의 양물은 방바닥에 닿아 차가운 냉기가 느껴졌다. 노인은 그게 첩의 음문 속에 들어가 있는 줄만 알고 "네 음문은 여름철에 시원해서 좋겠구나"

해학과 재치 2025.01.02

웃음의 약효

웃음은 좋은 것이다. 개인은 물론 가정에도 좋고 또 사회에도 좋다. 프랑스의 보건전문지 '상떼(Sante:건강)' '웃음의 약효'를 다룬적이 있다. 프랑스 의사들이 가장 많이 권하는 '약품' 가운데 하나가 '웃음'이라는 것이다. 웃음은 폐와 기도를 확장시켜서 공기의 유입과 배출을 촉진시킬 뿐더러 상부 호흡기를 청소해 호흡을 정상화시켜준다고 한다. '웃음의 건강학'연구는 일본에서도 활발하다. 암과 협심증 환자 4명을 포함해 20~62세의 조사대상자 19명에게 3시간동안 코미디와 희극을 관람시킨 후 역기능을 관찰해본 결과 이 중 14명이 함암 면역세포의 활성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일본 의사들의 보고도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웃음이 스트레스와 두통을 가라앉히고 심장마비도 줄여준다고 말한다. 또한 대..

해학과 재치 2025.01.01

1년 내내 웃고 사는 법

1월은 일없이 웃고2월은 이유없이 웃고3월은 삼삼하게4월은 사정없이, 사근사근 웃고5월은 오부지게, 오붓하게, 오순도순, 오줌싸며, 오늘만 웃지말고6월은 유쾌하게, 육실하게 웃고7월은 칠칠하게 웃고8월은 팔팔하게 웃고9월은 구수하게 웃고10월은 시끌벅쩍, 시원하게 웃고11월은 시비걸어도 웃고12월은 십이지장이 끊어지도록 웃자 저작자 표시컨텐츠변경비영리댓글0추천해요0스크랩0

해학과 재치 2025.01.01

육담(肉談). 사내라면

옛날에 한 처녀가 신랑감을 지나치게 가리다가 그만 혼기를 놓쳐 노처녀가 됐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중매가 들어오면 가리지 않고 시집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하루는 중매쟁이가 찾아왔는데 처녀가 신랑감을 워낙 가린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아예 네 사람의 신랑 이력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낭자, 들어 보구려. 한 총각은 공부를 많이 해 문장가로 알려진 선비라오. 그리고 다음은 말타기와 활쏘기를 잘해 소문이 난 씩씩한 무인이랍니다.”여기까지 설명을 하며 처녀의 눈치를 보니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다음은, 물이 항상 고여 있는 저수지 아래에 비옥한 농토를 많이 가진 부잣집 아들입니다.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이 집 논에서는 수확을 많이 올리지요. 그 다음은 낭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총각은 정력이..

해학과 재치 2024.12.31

육담(肉談). 노가자나무 냄새

한 시골에서 부인들이 모여 잔치를 열었다. 나이 많은 부인들은 상석에 죽 늘어앉고 젊은 부인들이 한 사람씩 나와 노부인들께 차례로 술을 올렸다. 이 때 남편 성이 노씨(盧氏)인 한 젊은 부인이 차례가 돼 앞으로 나왔다.이 부인은 농 속에 오랫동안 넣어 두었던 옷을 꺼내 입고 얼굴에 화장을 진하게 해 화장품 냄새와 장롱나무 냄새가 섞여 몸에서 짙은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이에 한 늙은 부인이 술잔을 받으며 말했다."이 젊은 사람은 노가자 냄새를 심하게 풍기네 그려."옛날 시골에서는 향기가 나는 노가자 나무(우리말로 노간주나무)로 농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 농 속에 옷을 오래 넣어 두었다가 꺼내 입으면 옷에 농 향기가 스며있어 그 냄새가 심하게 났다. 이 냄새를 보통 노가자 나무 냄새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래서..

해학과 재치 2024.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