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사내라면

임기종 2024. 12. 31. 00:49
728x90

 

 

옛날에 한 처녀가 신랑감을 지나치게 가리다가 그만 혼기를 놓쳐 노처녀가 됐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중매가 들어오면 가리지 않고 시집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하루는 중매쟁이가 찾아왔는데 처녀가 신랑감을 워낙 가린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아예 네 사람의 신랑 이력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낭자, 들어 보구려. 한 총각은 공부를 많이 해 문장가로 알려진 선비라오. 그리고 다음은 말타기와 활쏘기를 잘해 소문이 난 씩씩한 무인이랍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하며 처녀의 눈치를 보니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

그리고 다음은, 물이 항상 고여 있는 저수지 아래에 비옥한 농토를 많이 가진 부잣집 아들입니다.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이 집 논에서는 수확을 많이 올리지요. 그 다음은 낭자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총각은 정력이 매우 강한 청년이랍니다. 뻗어 나온 양근에 돌을 가득 담은 큰 주머니 끈을 걸고 허리를 움직여 빙빙 돌리면 그 돌 주머니가 머리 위까지 넘어서 휙 휙 돌아가는 그런 청년이지요. 낭자, 어때요? 이 넷 중에서 한 사람을 골라 봐요."

이렇게 소개하면서 이 중에서 신랑감을 고르라고 재촉했다. 설명을 들은 처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노래를 지어 대답하는데

공부를 많이 해 문장을 잘 짓는 선비는 뜻이 넓어서 아내 고생만 시키고 활 잘 쏘는 무인은 전쟁에 나가 죽는 일이 있지요. 저수지 아래 좋은 논 가졌다 해도 물 마르는 가뭄에는 어쩔 도리 없을 테고 뭐래도 돌 주머니를 걸어 머리 위까지 돌리는 그 청년이 내 맘에 꼭 듭니다

 

'해학과 재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웃음의 약효  (2) 2025.01.01
1년 내내 웃고 사는 법  (0) 2025.01.01
육담(肉談). 노가자나무 냄새  (1) 2024.12.30
육담(肉談). 뼈대의 참맛(骨味)  (0) 2024.12.29
육담(肉談) . 천하무적이셔요  (0) 2024.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