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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사는 한 노인이 세 딸을 두었는데, 첫딸은 집이 넉넉할 때에 20세 청년과 혼인을 시켰다. 그러나 곧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서 나머지 두 딸은 혼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둘째 딸은 40세의 재취(再娶) 남자에게 시집보냈고, 셋째 딸은 50세의 삼취(三娶) 남자에게 시집을 보냈다.
하루는 노인이 안채로 들어가니 마침 세 딸이 친정에 와서 모여 앉아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노인은 사랑스러운 마음에 밖에서 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았다. 먼저 큰딸이 이런 말을 하고는 크게 웃었다.
"얘들아, 남자의 양근에는 뼈가 있는 것 같지 않니? 뼈가 없고서야 어찌 그렇게도 딱딱하겠어?"
언니의 이 말에 둘째가 받아서 말하길
"아니야 언니, 좀 말랑말랑한 것이 마치 힘 줄인것 같았어."
두 언니의 이와 같은 말에 셋째는 불만스럽다는 듯이,
"뭐라고요? 딱딱하다고 했소? 언니들은 다 틀렸어. 힘도 없이 물렁물렁하고 거죽 살갗이 접혀서 밀리는데, 알맹이는 없고 꼭 가죽만 흐물흐물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았어."
하며 두 언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이렇게 내뱉는 것이었다.
이에 딸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노인은 크게 한탄하며,
"아, 내 어쩌다가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둘째와 셋째 딸의 혼기를 놓치고 나이든 사람에게 시집을 보냈으니, 그 힘찬 '뼈대의 참맛(骨味)'을 보여 주지 못했구나, 원통한 일이로다."
이렇게 말하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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