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 도사가 기생을 탓하다

임기종 2024. 12. 26.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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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관문관(西關文官)이 본부도사(都事)가 돼 부임 할 때 한 역()에 머무르게 됐는데 이튿날 아침 말을 바꿔 타니 말안장 요동이 심해 견뎌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급창(及唱)이 가만히 도사에게 고해 가로되

만약 역장한(驛長漢)을 엄히 다스리지 않으면 돌아오실 때 타실 말 또한 이 같으리니 오직 소인이 따르게 하시면 원로 행차를 평안히 하시게 되오리다

도사가 허락했더니 급창이 사령을 불러 그 역의 병방(兵房)과 도장(都長)에게 곤장을 치면서

별성(別星) 행차의 앉으시는 자리에 어찌 이 같이 용렬한 말을 내었는고? 이 말은 앉을 자리가 불편한 고로 곧 다른 말로 바꿔 드려라

하고 호령하니 역한(驛漢)이 과연 준마로 바꿔 준다. 도사가 가만히 생각하기를 상경 왕래할 때 혹은 세 내고 혹은 빌린 말로 사족(四足)은 갖췄으나 내가 감히 말을 가려 타지 못했는데 오늘 이런 말은 평생 처음 타보는 것이다. 많은 날을 허비하지 않고 도내(道內)에 다다른 즉 도내 수령이 다담상을 차려 내 오고 수청 기생을 보내 오매 도사는 일찍이 기생을 본 일이 없는 위인이라,

저 붉은 치마의 여자가 어떤 일로 여기 왔는고?”하니

본부(本府)에서 보내온 수청기생이옵니다

라고 급창이 대답한다.

그러면 저 여인을 무엇에 써야 되는고?”

행차 하시는데 더불어 동침하심이 좋으실 것입니다

그 여인 반드시 지아비가 있으리니 후환이 없겠느냐?”

어느 고을에나 기생을 둠은 나그네를 접대하기 위함이오니 그 지아비가 비록 있다고 할지라도 감히 어쩌지 못할 것이로소이다

좋고 좋도다

곧 불러 방으로 들게 하니 가만히 급창을 불러 귀에 소근 거리기를

저가 비록 여인이지만 이미 천한 사람이니 불러 함께 앉는 것이 체모를 손상치 않겠는가?”

기생승당(妓生昇堂)은 원래 하나의 예사로 돼 있는 것입니다. 재상 사부라도 많이 기생과 함께 자는 것인 즉 기생이 청하(廳下)에 눕고 몸은 당상에 계시면 거사를 어찌 하리까

도사가 드디어 기생과 자리를 함께 할 새 닭이 개 보듯 하며 개가 닭 보듯 해 마침내 능히 한마디 말도 교환함이 없거늘 조용히 훔쳐본즉 두 눈이 서로 부딪칠 때 도사가 문득 목을 낮춰 기생을 바라보는지라 밤이 이미 삼경이 된 지라 기생이 먼저 묻기를

진사님께서 일찍이 다른 여자와 자본적이 없습니까?”

나의 가인(家人)이 오래도록 집안에 있을 뿐 아니라 비록 잠간 밖에 나가는 일이 있더라도 어찌 쫓아가서 밭과 들 사이에서 행사할 수 있으랴. 감히 이따위 말은 삼가라

일찍이 다른 사람의 처와 동침하신 일이 있습니까?”

옛 말에 내가 남의 처를 훔치면 남도 나의 처를 훔친다고 말했으니 어찌 내가 이 같이 옳지 못한 일을 하겠는가?”

하니, 기생이 낙담해 다시 더 말하지 않고 촛불 아래서 손으로 베개 해 누워 자다가, 잠이 깊이 들새 땅에 엎드려 자니 숨소리가 잔잔하고 눈썹이 아름다우며 분칠한 눈자위가 희고 입술이 붉어 장부로 하여금 가히 넋이 혼미해지고 마음이 방탕해지게 하는지라 도사가 한번, 두 번 돌아볼 새, 불 같은 마음이 자연히 선동한다. 곧 일어나 끌어안으니 그것은 마치 주린 매가 꿩을 채가는 것과 같은지라 기생이 놀라 일어나 손을 떨며 가로되

이렇게 하심은 무슨 일이오니까?”

네가 말하지 말라. 나의 급창(及唱)이 말하는 기생은 이 행객과 동침하는 것이라 하더라

기생이 이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도사가 가로되,

너도 또한 좋으냐?”

하고 끌어안고 즐거움을 구해 일을 시작할 새, 운우(雲雨) 가 이미 끝나거늘 도사가 이 같은 즐거움은 평생에 처음 맛보는 일이라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을 이기지 못해 얼굴에 홍조(紅潮)가 오르고 수족이 떨리며 푸른 잠자리가 물을 차는 것과 같은 바쁜 모습이라 기생이 그 동태를 보니 이런 일을 하지 못한 촌부(村夫)와 틀리지 않는지라, 경험 음사(淫事)의 가지가지 재주를 다 부려서 그 흥을 흡족케 해준다면 마땅히 별별한 알음소리가 있으리니 드디어 기생은 달려들어 도사의 허리를 안고 다시 거사케 함에 입을 맞추고 혓바닥을 빨며 또한 체질하듯 흔들어서 허리를 가볍게 놀려 엉덩이가 자리에 붙지 아니하는지라 도사의 정신이 흩어 지고 영혼이 날아가서 이어 중간에서 토설(吐泄)하니 긴 소리로 종을 부른 즉 하인들이 계하에서 기다리는지라 도사가 분부해서 가로되

기생차지(妓生次知)의 병도장(兵都長)을 성화같이 잡아오는 것이 옳으니라

하니

()에 병도장이 있거니와 기생차지는 수노(首奴)입니다

하고 급창이 말하고 드디어 수노를 잡아다 크게 꾸짖어 가로되,

너의 무리가 이미 기생 하나를 보내어 행차소에 대령하게 하였은 즉 마땅히 배 위에서 편안케 하는 기생으로써 대령케 함이 옳음이로되 이제 이 기생으로 말하면 왼쪽으로 흔들고 오른쪽으로 움직이며 자못 배 위에서 불편할 뿐 아니라 이불을 맞추고 혓바닥을 빠는데 이르러서야 어찌하랴

하고 수노란 놈을 때리라고 명했는데 수노가 슬프게 간청해

말위에 앉으셔서 편안케 오시는 것은 역한 등의 차지(次知), 그 잘못은 병도장(兵都長)의 부동(不動)의 죄이거니와 소인을 꾸짖은 즉 기생차지인 고로 그 용무를 보아서 수청을 받들어 모시도록 정했을 따름이요 잠자리를 할 때에 요동하는 악증(惡症)을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소인은 아무런 죄도 없습니다

하고 말하니, 행수 기생(行首妓生)이 웃으면서

소녀가 마땅히 실정(實情)을 아뢰오리다. 마상(馬上)의 불편은 말의 네 발에서 나온 병이요, 기생의 허리 아래 움직임은 가로되 요본(搖本) 이니, 이는 곧 남자에게 흥을 돕기 위함이옵지 결코 병통이 아니옵니다. 입을 맞추고 혀를 빠는 것은 바로 봄 비둘기가 서로 좋아하는 형상과 같은지라 결코 맹호(猛虎)가 개를 먹는 뜻과는 천양지 차이입니다

하고 아뢰니, 도사가 그제야 알았다는 듯,

정말 그러하냐?”

이 때 하인들이 전부 물러가는 지라 다시 한 판을 차리니 기생이 다시는 일푼의 동요도 없거늘 그때서야 도사는 비로소 요본에 효험이 흥을 돕는데 있는 줄 알고 여러 번 애걸해 기생이 전과 같이 요본한 즉 도사가 바야흐로 맛이 좋은 것을 알고 기쁘고 즐거움을 이기지 못해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 뒷통수를 연방 치면서

내가 삼십년 동안이나 행방(行房)해 봤어도 이 같이 절묘한 재미는 보지 못하였으니 나의 여편네란 사람은 부녀로서 마땅히 행할 요본이란 것을 모르는지라. 가히 탄식할 만한 존재밖에 안된다

하고, 깊이 한숨을 쉬었다.

 

-어수록(禦睡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