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눈앞에 둔 어느 건장한 선비가 낮술에 얼큰히 취한 채 장안(長安)의 커다란 기와집 앞을 지나는데 갑자기 담 안에서 흰 광목자락이 날라온다. 호기심이 발동해 술기운에 담을 넘으니 곱상하게 생긴 계집종이 집안으로 인도한다. 안내를 받아 방으로 들어가자 아랫목에 비단금침이 깔려있고 윗목에는 기름진 안주가 차려진 주안상이 놓여 있다. 그 옆에는 미모의 중년여인이 수줍음을 머금은 채 눈을 아래로 깔고 앉아 있다. 놀라운 상황에 당황한 선비는 이미 오른 술기운에 때 아닌 대접을 받자 될 대로 되라면서 술을 연거푸 몇 잔 들이키고 여인에게 수작을 건다. 그러자 이 여인이 말한다. "저는 권세 있는 내시의 처로 살림살이 풍족해 어느 하나 어려움이 없으나 단 한가지 이 세상 모든 남녀가 누리는 운우지정(雲雨之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