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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명의 촌사람이 밭에서 김을 메고 있었다. 그런데 그 위에 있는 밭에서는 젊은 부부 단 둘이 호젓하게 김을 매고 있었다. 그 때 아래 밭에서 수십 명이 큰 소리로 웃으며 떠든다. 이야기 대부분이 음담패설이다. 한마디로 음욕을 자극하는 말들이었다. 그 말을 들은 젊은 아내가 남편에게 넌즈시
"당신은 저 소리가 안들려요 ?"
"무슨 소리 말이오."
"이 길고 긴 한여름에 피곤과 졸음을 잊기에는 저 보다 더 좋은 일이 없어요."
"글쎄."
"헌데 당신은 왜 그렇게 입을 봉하고 있는 거예요. 조반을 자시지 않았나요. 기운이 없나요? 어서 한마디 농담을 해보셔요."
"아무리 온종일 헛된 수작만 쳐 봐야 혀끝만 아프고 헛된 수고만 할 뿐이오."
"그러면요?"
"나야말로 황혼이 져 집에 가면 그 길로 말이 아니고 실제로 행할 것이오."
"에그머니나."
"그런 다음 서로 격동하는 소리가 소 아홉 필이 진흙을 밝는 것 같이 행한 후에 둘이 모두 만족할 것이오."
남편의 말에 아내는 호미를 내던지고 가서 남편의 등을 어루만지며 감탄하길
"당신에게는 실로 대적할 수 없구료. 천하에 무적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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