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님의 접이불루(接而不漏)
선비촌 서당에 훈장이 새로 왔다. 후리후리한 키에 수염은 길지만 백옥 같은 얼굴은 주름도 없이 탱탱해 도대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었는데 촌장이 물었더니 69세라 해서 모두가 크게 놀랐다. 선비촌은 젊은이 늙은이 모두가 글이 높아 훈장이 견뎌 낼까 우려했는데 조금씩 풀어 놓는 학문 보따리에 마을 선비들은 맥을 출 수 없었다. 일흔을 코앞에 둔 훈장은 기운도 장사라 젊은이들도 쩔쩔매는 쌀 한가마니를 거뜬히 들어 올린다. 한번도 술 취한 걸 보지 못해 동네 사람들은 훈장이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 줄로 알았는데, 촌장 회갑연에 가서 동네 어른들이 주는 잔을 쉬지 않고 마시는데도 얼굴만 살짝 붉어지지 아무리 마셔도 헛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산을 잘 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