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143

육담(肉談). 뼈대의 참맛(骨味)

시골에 사는 한 노인이 세 딸을 두었는데, 첫딸은 집이 넉넉할 때에 20세 청년과 혼인을 시켰다. 그러나 곧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서 나머지 두 딸은 혼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둘째 딸은 40세의 재취(再娶) 남자에게 시집보냈고, 셋째 딸은 50세의 삼취(三娶) 남자에게 시집을 보냈다.하루는 노인이 안채로 들어가니 마침 세 딸이 친정에 와서 모여 앉아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노인은 사랑스러운 마음에 밖에서 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 보았다. 먼저 큰딸이 이런 말을 하고는 크게 웃었다."얘들아, 남자의 양근에는 뼈가 있는 것 같지 않니? 뼈가 없고서야 어찌 그렇게도 딱딱하겠어?"언니의 이 말에 둘째가 받아서 말하길"아니야 언니, 좀 말랑말랑한 것이 마치 힘 줄인것 같았어."두 언니의 이와..

해학과 재치 2024.12.29

육담(肉談) . 천하무적이셔요

수십 명의 촌사람이 밭에서 김을 메고 있었다. 그런데 그 위에 있는 밭에서는 젊은 부부 단 둘이 호젓하게 김을 매고 있었다. 그 때 아래 밭에서 수십 명이 큰 소리로 웃으며 떠든다. 이야기 대부분이 음담패설이다. 한마디로 음욕을 자극하는 말들이었다. 그 말을 들은 젊은 아내가 남편에게 넌즈시"당신은 저 소리가 안들려요 ?""무슨 소리 말이오.""이 길고 긴 한여름에 피곤과 졸음을 잊기에는 저 보다 더 좋은 일이 없어요." "글쎄.""헌데 당신은 왜 그렇게 입을 봉하고 있는 거예요. 조반을 자시지 않았나요. 기운이 없나요? 어서 한마디 농담을 해보셔요.""아무리 온종일 헛된 수작만 쳐 봐야 혀끝만 아프고 헛된 수고만 할 뿐이오.""그러면요?""나야말로 황혼이 져 집에 가면 그 길로 말이 아니고 실제로 행할..

해학과 재치 2024.12.28

육담(肉談) .제 것은 별양이라

모든 사내의 물건은 다 같지 않다. 홀랑까진 게 있는가 하면 머리가 감춰진 우성거지란 것도 있다. 어느 때 강원도에 감사가 새로 부임해 오게 됐다. 그 때 관의 기생들이 모여앉아 "이번에 오시는 신관사또께서는 그 물건이 벗겨졌을까, 아니면 우성거지일까?" 하고 재잘거렸다. 사또의 수청을 제일 먼저 들 기생이 큰소리를 쳤다. "사또의 그게 까졌는지 아닌지는 내가 제일 먼저 알 수 있을텐데 뭘 그래." 이번에는 읍내 기생이 들고 나섰다. "탈(脫벗고)과 갑(匣쓰고)을 아는 사람이 나 외에 또 누가 있을라구." 그 말에 군기(郡妓)가 큰소리로 꾸짖었다. "네 행실이 지극히 나쁘구나" 그 때 관노 한 놈이 나서면서 묻기를 "내가 만일 그 사실을 먼저 알아내면 어떻게 할 셈인가" 군기들이 즉시 대답하길 "그렇게만..

해학과 재치 2024.12.27

육담(肉談) . 도사가 기생을 탓하다

서관문관(西關文官)이 본부도사(都事)가 돼 부임 할 때 한 역(驛)에 머무르게 됐는데 이튿날 아침 말을 바꿔 타니 말안장 요동이 심해 견뎌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급창(及唱)이 가만히 도사에게 고해 가로되 “만약 역장한(驛長漢)을 엄히 다스리지 않으면 돌아오실 때 타실 말 또한 이 같으리니 오직 소인이 따르게 하시면 원로 행차를 평안히 하시게 되오리다” 도사가 허락했더니 급창이 사령을 불러 그 역의 병방(兵房)과 도장(都長)에게 곤장을 치면서 “별성(別星) 행차의 앉으시는 자리에 어찌 이 같이 용렬한 말을 내었는고? 이 말은 앉을 자리가 불편한 고로 곧 다른 말로 바꿔 드려라” 하고 호령하니 역한(驛漢)이 과연 준마로 바꿔 준다. 도사가 가만히 생각하기를 상경 왕래할 때 혹은 세 내고 혹은 빌린 말로 사..

해학과 재치 2024.12.26

육담(肉談) . 도시 믿을 수 없어

옛날에 봄놀이 하던 여러 선비가 산사(山寺)에 모여 우연히 여편네 자랑으로 갑과 을을 정하지 못하더니, 곁에 한 늙은 스님이 고요히 듣고 있다가 한참 만에 길이 탄식하며 가로되, "여러분 높으신 선비들은 쓸데없는 우스갯소리를 거두시고 모름지기 내 말씀을 들어 보시오. 소승은 곧 옛날 한다하는 한량이었지요. 처가 죽은 후 재취했더니 재취가 어찌 고운지 차마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고 다정히 지내다가 마침 되놈들이 쳐들어와 크게 분탕질이라, 사랑하는 아내한테 빠져 능히 창을 잡아 앞으로 달리지 못하고 처를 이끌고 도망치다가 말 탄 되놈들에게 붙잡혔는데 되놈이 처의 아름다움을 보고 소승을 장막 아래에 붙잡아 매고 처를 이끌고 들어가 함께 자거늘 깃대와 북이 자주 접하매 운우(雲雨)가 여러 번 무르익어 남자도 좋아..

해학과 재치 2024.12.25

육담(肉談) . 말 못하는 개일지라도

어떤 나그네가 산협 속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어 촌가에 투숙했다. 그 집 주인 늙은 여편네가 그의 투숙을 허락하면서 말하기를 "이웃마을에 푸닥거리가 있어 나를 청해 와서 보라 하나 집안에 남정이 없는 고로 갈 생각이 있어도 가지 못했더니 손님이 오셨으니 잠간 저의 집을 보살펴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 객이 이를 허락하자 늙은 할미가 갔는데 그 집의 늙은 개가 곧 웃 방에 들어와서 빈 그릇을 이끌어다 놓고 겹쳐 디디기 좋도록 한 다음, 그 위에 뛰어올라 실겅 위의 떡을 핥아먹어 버렸다. 밤이 깊은 뒤에 할미가 돌아와 손으로 실겅 위를 만지며 괴상하다고 하는데 객이 그 연고를 물었더니 할미가 가로되 "어제 내가 시루떡을 쪄서 이 실겅 위에다 얹어 두었소. 결단코 손님이 잡수실리가 없고 찾아봐도 없으니 어찌 괴..

해학과 재치 2024.12.24

육담(肉談). 어느 세월 어느 땐들 내님 잊으랴

어떤 재상이 항상 말하되, "내가 영남 도백으로 있을 때 집 아이가 한 기생첩을 사랑했는데 내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함께 데리고 왔더니 수년이 지난 뒤에 스스로 꾸짖음을 얻은 줄 알고 창기를 두는 자는 이 어찌 사부(士夫)의 행실일가 보냐 하면서 쫓아 보냈다. 이미 쫓아낸 후여서 내가 '그 여인이 떠날 때에 뭐라고 말하더냐?'물으니, '별로 다른 말이 없삽고 다 못 말하되 이렇듯 수년 동안 건즐(巾櫛)을 받들어 오다가 문득 이렇게 이별하니 유유한 나의 회포를 무엇으로써 형언하리오.' 하면서 운자를 불러 별장(別章)을 짓겠다기에 곧 군(君)자를 부르자 여인이 말하기를 어찌 반드시 군자(君字)만 부르는고 하고 이에 읊어 가로되  낙동강상초봉군(洙東江上初逢君)터니 (낙동강 위에서 님을 만나고) 보제원두우별군..

해학과 재치 2024.12.23

육담(肉談). 엉겁결에

어느 막 혼례를 치른 부부가 첫날밤을 맞게 됐다. 신랑은 신부가 첫 경험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워 한 가지 꾀를 낸다. 신랑이 신부를 만지면서 말하기를"구멍이 작으니 장도로 째야겠다"며 칼을 집는 시늉을 한다. 그러자 깜짝 놀란 신부가 다급히 소리치기를"건너 마을 김 좌수 막내아들은 째지 않고 잘만 넣던데 구멍이 작다고 못 넣다니. 쯧쯧." 했다는 것이다. - 고금소총 (古今笑叢)에서

해학과 재치 2024.12.22

육담(肉談)65. 용한 점쟁이

한 장님 점쟁이의 아내를 탐하고 있던 이웃집 총각이 좀처럼 장님이 집을 비우지 않자 꾀를 냈다."내가 한 여자를 몹시 사랑하는데 그 남편이 집에 없는 동안 가서 일을 치르려고 하오. 그러니 당신이 가서 그 남편이 언제쯤 돌아올지 점을 쳐 줄 수 있겠오?"총각은 간청한 후 장님을 데리고 이리저리 꼬불꼬불 같은 길을 한참 돌고 돌아 장님의 집 앞에 멈춰섰다. 자신은 일을 보러 들어가고 장님은 점을 쳤다.어지러운 길을 돌아온 터라 자신의 집인지도 모르는 장님은 다급하게 소리쳤다."이봐, 점괘에 여자 남편이 문 앞에 있는 걸로 나왔어, 빨리 끝내고 나오게“ - 고금소총 (古今笑叢)에서

해학과 재치 2024.12.21

육담(肉談) .사위의 엉뚱한 대답

서울 총각이 지방에 처가를 두었다. 막 결혼한 새신랑에게 장모가 묻는다."지난밤에 물건을 잘 했는가'?"물건이란 밤참을, 하다는 먹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오해한 사위는 "네 세 번이나 했습니다."라고 대답한다.장모는 당황해 입을 다물고 옆에서 이를 듣던 어린 아들이 바보스러움을 탓하며 종보다도 못하다고 했다. 사위가 버럭 화를 내며"서울에서 며칠씩 달려온 몸이 피곤해 그랬지. 너 같으면 어찌 했겠느냐? 10번이라도 했으면 속이 시원하것냐?"며 소리를 질렀다.

해학과 재치 2024.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