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270

내 방귀를 가로 채다니 (吾之放氣)

어떤 신부가 처음으로 시부모를 뵙게 되는 날 친척이 모두 모였다. 짙은 화장에 곱게 차려입은 신부가 대청에 나오자 모두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신부가 시부모 앞에 나아가 바야흐로 술잔을 받들어 올리다가 뽕 하고 방귀가 나오니 친척들이 모두 웃음을 참고 서로 돌아보기만 하였다.유모가 부끄러워 자기가 그 허물을 당하려고 일어나서, "쇤네가 워낙 늙어서 엉덩이가 허(虛)하여져 방귀를 뀌었으니 황공하기 그지 없습니다." 하고 사죄하였다. 시부모는 그것을 착하게 여겨 유모에게 비단 한 필을 상으로 주자 신부가 그 비단을 빼앗으며 말하기를, "방귀는 내가 뀌었는데 유모가 왜 상을 받소 ?"하자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돌아앉아 웃었다 한다.

해학과 재치 2025.06.07

끝내 허사로다. (終無入葬)

어떤 늙은 나그네가 어느 지방 친구 현감의 서재에서 묵게 되었는데 하루는 깊은 밤에 소동(小童)을 시켜 예쁜 기생을 불러다 함께 잤다. 그런데 닭이 울고 날이 샐 때까지 기생을 품고 있었는데도 양물(陽物)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기생이 짜증스럽게 말하였다. "소녀의 음호(陰戶)가 생원님 댁의 옛 산소인가요 ? 밤이 새도록 시체를 메고 아래 위를 헤맬 뿐 끝내 입장(入葬)을 하지 못하시니 말씀입니다." 그러자 나그네는 부끄러워 얼굴만을 붉히고 감히 기생을 꾸짖지 못하였다 한다.

해학과 재치 2025.06.06

성인이 성인을 알아보도다. (聖人能知聖人)

어떤 신부가 첫날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 신랑 집 종이 신부에게 절하고 뵙는데 신부가 종에게 묻기를, "너의 집 서방님에게 첩이 있었더냐 ?" 하였다. 이에 종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신부가,"너는 어이하여 나를 속이느냐 ? 만약 첩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 일을 하는 솜씨가 어찌 그리도 익숙하시더란 말이냐 ?" 하고 꾸짖었다. 종은 속으로 '역시 성인(聖人)만이 능히 성인을 알아보는구나.' 하고 장탄식하였더라 한다.

해학과 재치 2025.06.04

쥐 좆도 모르는 뇬

옛날에 한 영감탱이가 잠시 밖에 나갔다 왔더니 자기하고 똑같이 생긴 영감이 사랑방에 앉아 있다가 진짜 주인을 나가라고 내 쫓았다. 이래서 집안에 난리가 났는데 어찌나 영감 둘이 똑같던지 아들과 마누라도 영감을 알아보지 못했다. 배꼽 밑에 난 점까지 똑같았다.결국 마누라가 우리 집에 밥숟갈이 몇 개며 낫이 몇 개냐고 물었다. 진짜 주인은 사랑방에만 있었기 때문에 집안 살림을 잘 알지 못하여 엉터리로 대답하고 가짜 주인은 정확히 알아 맞춰서 오히려 진짜가 쫓겨나게 되었다. 이 가짜 영감탱이는 그 집에서 수십년 묵은 쥐로서 부엌살림이고 창고 안에 무엇이 있는지 또르르 꿰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영감은 여기저기서 밥을 얻어먹으며 겨우 목숨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절에 들러서 노 스님하고 이런 저런 이..

해학과 재치 2025.06.03

방출궁녀간통금지율(放出宮女奸通禁止律)

궁중에 궁녀로 있다가 왕궁 밖으로 내보내어진 이른바 '방출궁녀(放出宮女)' 와는 누구도 함께 잠자리를 해서는 안되는 율법이 있었다. 이 율법을 '방출 궁녀 간통 금지율(放出宮女奸通禁止律)' 이라고 했다.선조 때 도승지 자리에 있던 이항복의 집에는 옆에서 일을 도와주는 겸인(비서) 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선조임금의 궁녀로 있다가 방출된 한 궁녀를 사랑하여 간통하게 되었다.그래서 이 사람은 방출 궁녀 간통 금지 법률에 걸려서 구금되었고, 장차 사형에 처해질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당시 이항복은 도승지라는 막강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중죄를 저지른 이 겸인을 빼낼 도리가 없었다.기회를 엿보던 중 때마침 퇴근한 이항복을 급한 일로 입궐하라는 연락이 오자 '옳지, 오늘 이 기회를 이용해야지.'이렇게 생각한 이..

해학과 재치 2025.06.01

흰머리의 설움

조정 대신 두 사람이 이웃에 살면서 매우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늙으니 두 대감 모두 수염과 머리에 흰털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 대감은 흰털이 날 때마다 뽑아 수염과 머리가 검어 보였고, 한 대감은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아서 머리와 수염이 모두 희었다.머리가 검게 보이는 대감이 허연 대감을 보고 말하길"흰털을 뽑으면 다섯가지 이로운 점이 있어.첫째는 늙어 추한 모습을 숨길 수 있고,둘째는 얼굴이 아름답게 보이며,셋째는 그리하여 아내와 첩을 즐겁게 해줄 수가 있지.넷째는 늙은 노인으로 보이지 않게 되고,다섯째로 그래서 벼슬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아도 되는,이런 다섯가지 이로움이 있거든."이 말에 백발의 대감이 허연 머리털을 한 번 쓰다듬고는 반박하길"자네 말은 틀렸네. 몸에 난 털을 뽑는 것..

해학과 재치 2025.05.30

며느리가 장모가 된 사연

옛날 조선시대에 한 부부가 살았다.아들을 장가 보냈더니 얼마 되지 않아 죽었다. 연이어 아내마저 죽어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외롭게 살았다.그래서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재혼할 것을 간곡히 권하였으나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는 아버님을 홀로 두고 어떻게 개가할 수 있느냐고 극구 사양하였다."돈 없는 홀아비도 사는데 나는 먹고 살 재산은 있으니 내 걱정 말고 너는 재혼을 하도록 하여라. 나는 홀로 있는 너를 보는 것이 더 괴롭구나."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거듭 권하면서 재혼할 자금을 넉넉히 주었다.며느리는 울면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며느리가 길을 떠나던 날, 저녁나절이 되면서 보슬비가 왔다.그녀는 비를 피할 곳을 찾던 중 울도 담도 없고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이 있어서 들어가니 한 노 처녀가 친절히..

해학과 재치 2025.05.28

의기양양 달님이

요즘 들어 이상한 것은 대감이 안방 행차를 잊어버린 것이다.매일 한번씩은 안방을 찾고 친구들과 술이라도 걸친 날은 이틀 만에도 찾아와 옷고름을 풀어주던 대감이 마님을 찾아온 지 까마득하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스무날이 넘었다. 좀이 쑤신 마님이 늦은 밤 부엌에서 뒷물을 하고 분을 바르고 간단한 술상을 차려 안마당을 건너 대감 사랑방으로 갔다.부스스 일어난 대감은 고뿔 기운이 있다며 술잔도 받지 않고 생감 씹은 표정으로 술상의 젓가락조차 잡지 않았다.“푹 주무십시오.”마님은 대감에게 한마디 던지고 무안하게 술상을 들고 안방으로 돌아와 혼자서 한숨을 안주삼아 술 주전자를 다 비워버렸다.대감이 정말 고뿔 기운으로 나를 찾지 않는 건가?어디 첩이라도 얻은 건가? 별 생각을 다하다 동창이 밝았다. 며칠 뒤 우연한 ..

해학과 재치 2025.05.27

솔로몬(?)의 지혜

옛날 어떤 점잖은 한 선비가 상(喪)을 당하여 건(巾)을 쓰고 길을 떠났다가 그만 도중에 비를 만나 주막에서 묵게 되었다. 마침 그날 여사당 한 패가 이 주막이 들었는데 여사당 하나가 방에 들어와 보니 이미 손님이 들어 있었다. 아래쪽에는 상제가 벽을 향해 누워 있고 윗목에는 중이 자고 있었다. 피로가 몰려오던 여사당은 개의치 않고 태연스럽게 잠을 청했다. 그런데 한밤중에 누가 와서 몸을 건드리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보니 건을 쓴 사람이었다. 몸을 허락하고 난 후 다음날 새벽이 되니 상제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서둘러 나가려고 했다. "이보세요! 재미를 보았으면 값을 치러야할 게 아니오?" "값을 치르다니?" 상제가 모르는 일이라고 부정하면 할수록 그녀는 더욱 기세를 올려 ..

해학과 재치 2025.05.26

유도심문

한 노파가 사는 이웃집에는 매우 젊고 예쁜 부인이 살고 있었다. 이 노파가 가만히 살펴보니, 그 젊은 부인은 남편이 없는 사이에 저 건너에 사는 노총각과 정을 통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심증은 가지만 확실한 증거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는 노파가 그 부인 집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슬쩍 거짓말로 부인을 떠보았다. "저 건너에 사는 노총각 김씨가 며칠 전 나에게 자랑삼아 살짝 얘기하던데 어느 날 이 집 앞을 지나가니 부인이 억지로 끌어들여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바지를 벗기며 즐기자고 해서 할수 없이 한번 재미있게 해주었다고 하더군. 부인! 그 노총각의 말이 사실인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는 행동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 했어? 그 총각은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던데....." 이렇..

해학과 재치 2025.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