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272

오로지 너밖에 없도다

옛날에 부부가 무슨 일로 서로 싸우다가 여자가 두들겨 맞고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저녁도 짓지 않고 풀어진 머리로 부뚜막에 누워서 신음하였다. 그 남편도 또한 몹시 화가 나서 다시 말하지 않고 물러가 윗녘 구석에서 잤다. 이날 밤중에 남편이 잠이 깨어 본 즉 그 여편네가 아직도 골이 나서 누워 있는지라, 그 지아비가 도리어 측은한 생각이 없지 않아 색욕으로 가까이 하고자 하나 가히 뜻을 표하지 않고 이어 자는 척 하품하면서 몸을 굴리다가 그 한 팔로써 그 아내의 가슴 위에 얹었더니 그 손을 잡아 던지며 하는 말이, "이 손은 나를 때린 손이라, 내 어찌 가까이 하리오?" 이 말에 그 남편이 웃으며 얼마 후에 이제는 발을 여편네의 엉덩이 위에 슬쩍 올려놓은 즉 여편네가 그 발을 잡아 던지며, "..

해학과 재치 2025.05.05

방앗간 겉보리라도 되는 줄 아나

옛날에 신부는 나이가 차서 지극히 신랑을 사랑했고 신랑은 나이가 아직 어려서 신부를 좋아하지 않거늘 부모가 답답히 생각하여 꾀어 말하기를, "어찌하여서 네 아내와 더불어 즐기려 하지 않느냐? 그러지 말고 오늘밤에는 함께 자도록 하여라." 그러자 나이 어린 신랑이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말하기를, "같이 자고 싶지 않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어찌하여 같이 자고자 하지 않느냐?" 신랑이 울면서 이렇게 대답하여 말하기를, "누가 함께 자고 싶은 생각이야 없겠습니까만 함께 자기만 하면 신부가 저의 양경을 빼내려고 해서 그 아픔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부모가 놀라며 말하기를, "어떻게 한다고? 좀 상스럽게 얘길 해 보그라. “ "색시가 말여요. 자꾸만 제 양경을 잡아다가 자기의 두다리 사이에 집어넣고서 ..

해학과 재치 2025.05.04

미리 배워 두었지요

옛날 어느 한 처녀가 있었다. 그런데 그 처녀의 외모는 빼어나게 아름다우나 그 성품이 단정치 못했다.나이 열 너덧 살이 되자 그 부모가 길한 곳을 가리어 장차 시집보내려고 하였는데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다. 그 처녀가 물어 볼 것이 있어서 이웃집에 가 그 집 청년에게 몇 마디 말을 묻자 그 집 청년이 짐짓 처녀에게,"그대가 시집갈 날이 이제 멀지 않았는데 그대가 만일 먼저 익혀 두지 아니하면 졸지에 신랑을 만날 때 어려움이 이제 닥쳐 올 것입니다."하고 꾸며서 말하니 처녀가 듣고 두려워 하며,"그대는 그 어려움만 말하지 말고 행여 나를 위하여 한번 가르쳐 줌이 어떠한지요?"하고 말하자 청년이"그거야 쉬운 일이지요."하고 그 처녀의 손을 잡고 토실에 들어가 첫날밤의 리허설을 행하였다.처녀를 자기 것으로..

해학과 재치 2025.05.03

부장이냐, 종묘령이냐?

어느 향읍(鄕邑)의 상번군사가 종묘(宗廟) 문지기로 나가있게 되었다.그런데 수문부장이 바로 음관으로 처음 직책을 맡은 자였고, 종묘령 자리에 있는자 역시 음관이었다. 자연히 종묘관원이 한가무사(閑暇無事)했다. 높이 목침을 베고 누워있거나 도박으로 술이나 음식내기를 하는게 고작일 정도였다.이 시골 군사는 그런 자들의 생활을 언제나 부러워 했다.그는 같은 고향사람이 사는 옆집에 기숙하며 밥을 붙여 먹고 그날 그날을 지냈다. 그 집에는 바깥주인이 없고 과부가 여종 하나를 데리고 군사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다.어느 날이었다. 군사가 밥을 먹으려고 나왔다가 이미 때가 늦었기 때문에 중문까지 가서 밥을 달라고 하자 안에서 여종이 나왔다. 그리곤 늦게 돌아가면 벌을 받는 일이 두려워 즉시 중문안으로 들어갔다.가보니 ..

해학과 재치 2025.05.02

소실의 재치

충주목사 한 사람이 이방의 소실이 절색이라는 소문을 듣고 여인을 뺏으려고 수작을 부렸다."내가 무슨 말이든지 세 번 묻는 말에 대답을 하면 돈 천 냥을 주고 대답을 못하면 네 소실을 내게 주어야 한다."하면서 묻기 시작했다."너의 집 사랑방 앞에 서 있는 배나무 가지마다 참새가 앉으면 모두 몇 마리가 되겠느냐?""모르겠습니다.""그러면 하룻밤에 보름달이 몇 리나 가겠느냐?""그것도 모르겠습니다.""그러면 내가 지금 앉겠느냐, 서겠느냐?'"그것은 더욱 모르겠습니다. "약속은 약속인지라 이방이 대답을 못했으니 소실을 데려다 줄 수 밖에 없었다. 목사가 보니 과연 절색이었다."호! 이리로 올라오너라. "그러자 이방의 소실이 대꾸했다."올라가는 거야 바쁠 것이 없습니다만 대관절 쇤네의 지아비가 무슨 잘못을 해서..

해학과 재치 2025.05.01

점잖음에 대하여

퇴계이황의 일화다. 선생은 제자들을 모아 놓았다. "모름지기 사내란 점잖음을 제일의 덕으로 삼아야 하느니라."이황 선생은 일장 훈계를 하고 있었다."영감 내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이 때 이황 선생 부인이 갑자기 방에 들어 왔다."밖에서 들으니 점잖음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아 내 이렇게 들어왔소."부인은 갑자기 자세를 고쳐 앉았다.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이황 선생더러 되물었다."어찌 영감은 밤과 낮이 그렇게 다르오?"부인의 말에 제자들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부인은 이황 선생이 눈짓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짐짓 크게 소리쳤다."밤에는 자꾸만 덤비더니 낮만 되면 점잖아지는 대감의 저의가 무엇이오?"

해학과 재치 2025.04.30

죄수의 딜레마

한 노파가 사는 이웃집에는 매우 젊고 예쁜 부인이 살고 있었다. 이 노파가 가만히 살펴보니, 그 젊은 부인은 남편이 없는 사이에 저 건너에 사는 노총각과 정을 통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심증은 가지만 확실한 증거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는 노파가 그 부인 집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슬쩍 거짓말로 부인을 떠보았다."저 건너에 사는 노총각 김씨가 며칠 전 나에게 자랑삼아 살짝 얘기하던데 어느 날 이 집 앞을 지나가니 부인이 억지로 끌어들여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바지를 벗기며 즐기자고 해서 할수 없이 한번 재미있게 해주었다고 하더군. 부인! 그 노총각의 말이 사실인가? 그 말이 사실이라면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는 행동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 했어? 그 총각은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던데....."이렇게 ..

해학과 재치 2025.04.29

바보 서방

한 양반 집에 부부 종이 있었는데, 아내인 여종은 매우 곱고 예뻤으며 또한 영리했다. 그러나 그 여종의 남편은 우둔하고 미련해 주책이 없었다. 이 집 주인이 그 여종 남편 몰래 여종과 정을 통하고 있었는데, 여종 역시 매우 좋아하며 적극적으로 응했다. 그래서 이 두사람은 기회만 있으면 밤낮 가리지 않고 후미진 곳에서 만나 함께 즐거움을 나누었다. 하루는 낮에 주인이여종을 데리고 후원 나무숲 사이에 가서 옷을 벗기고 눕힌 다음, 그 위에 엎드려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두사람의 열정이 한창 무르녹고 있을때, 저쪽에서 여종의 남편이 일을 마치고 이리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주인 남자는 얼른 몸을 일으켜 여종이 벗어 놓은 치마로 누워 있는 여종의 얼굴을 덮어 가렸다. 그리고는 그 여종의 남편을 향해 손..

해학과 재치 2025.04.28

부러운 소원

어느 날 세 소년이 모여, 서로 각자 후생에 다시 태어났을 때의 소원을 얘기하기로 했다.그래서 한 소년이 먼저 나서서 소원을 얘기했다."나는 말이야, 후생에 일등 기생으로 태어나서, 사대부들로부터 일반 시중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부잣집 자제들만 골라 마음을 휘어잡아 다 녹이고 농락해 세상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치를 할테야"이 말에 한 소년이 나서더니 소리쳤다."나는 좀 달라. 후생에 솔개로 태어날래. 그래서 공중을 빙빙 날다가 대갓집 예쁜 여종이 이고 가는 고기 광주리를 낚아채 날아올라 가면, 그 예쁜 여종이 '엄마.......'하고 소리치며 쳐다보고 울고 있을 때, 이 아니 통쾌하겠느냐?"다음으로 마지막 소년은 이런 소원을 말했다."아니야. 나는 그런 것 다 싫고 후생에 돼지 새끼로 태어나고 싶어...

해학과 재치 2025.04.27

딸 시중

시골에 사는 한 노파가 귀엽게 기른 외동딸을 혼인시키고, 첫날밤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신랑 신부가 잠자는 방문 앞에 앉아서 얘기를 엿들으며 방안의 거동을 살피고 있었다. 신랑 신부는 들여놓은 음식을 먹은 다음 불을 끄고 이불 속으로 들었다. 곧 신랑의 조종에 따라 딸이 호응을 하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잘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딸은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그 황홀하고 신비스러운 감동에 젖어 가벼운 신음 소리도 내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한참 이러다가 딸이 신랑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서방님! 너무 좋네요. 이런 감동이라면 곧바로 쉬지 않고 멀리 강남까지도 단숨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신랑은 이렇게 응수하는 것이었다. "아니 여보! 강남의 얼마..

해학과 재치 2025.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