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한 처녀가 있었다. 그런데 그 처녀의 외모는 빼어나게 아름다우나 그 성품이 단정치 못했다.
나이 열 너덧 살이 되자 그 부모가 길한 곳을 가리어 장차 시집보내려고 하였는데 어느 날 저녁 무렵이었다.
그 처녀가 물어 볼 것이 있어서 이웃집에 가 그 집 청년에게 몇 마디 말을 묻자 그 집 청년이 짐짓 처녀에게,
"그대가 시집갈 날이 이제 멀지 않았는데 그대가 만일 먼저 익혀 두지 아니하면 졸지에 신랑을 만날 때 어려움이 이제 닥쳐 올 것입니다."
하고 꾸며서 말하니 처녀가 듣고 두려워 하며,
"그대는 그 어려움만 말하지 말고 행여 나를 위하여 한번 가르쳐 줌이 어떠한지요?"
하고 말하자 청년이
"그거야 쉬운 일이지요."
하고 그 처녀의 손을 잡고 토실에 들어가 첫날밤의 리허설을 행하였다.
처녀를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 말하기를
"여인이 여섯 가지 즐거움을 갖추면 바야흐로 가히 조환이 될 것이오. 뿐만 아니라 여자의 행복과 불행이 다 이로 말미암은 바이오."
한 즉 처녀가 묻기를
"어떤 것이 여섯 가지 즐거움인가요?"
했다. 그러자 청년이 말했다.
"일 착, 이 온, 삼 치, 사 요본, 오 감창, 육 속필이니 이는 이른 바 남자의 여섯 가지 즐거움이오. 그대의 모자라는 바는 요본과 감창인 줄로 압니다."
하니 처녀가
"제가 나이가 어려서 여태 잘 모르니 원컨대 모조리 다 가르쳐 주시면 안 되나요?"
하고 간곡히 청하니
"그것은 가히 말로써 전할 수 없고 다시 실습을 해 보아야 알 것입니다.“
하였다. 이로부터 처녀와 청년은 저녁마다 만나지 않는 날이 없었고 나날이 그 기술이 진보되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처녀가 출가하게 되었다. 첫날밤 동방 화촉에 새 낭군과 일이 시작되었는데 처녀는 가진 기술을 다해 요본할 뿐 아니라 제 마음대로 흥분하여 감창하였다.
신랑이 이미 신부가 사내를 겪은 것을 알고는
"어느 놈과 어울렸었느냐?“
하고 다그쳐 물으니 신부가 일부러 울면서 대답하지 않거늘 신랑이 대노하여 신부를 걷어차며 말하기를,
"요본과 감창이 이미 어울리니 네가 어찌 처녀라 하랴?"
하고 문밖으로 내쫓았다. 한편 쫓겨온 딸을 보고 그 어머니가 문책하였더니 색시가 말하기를
"뒷집 청년이 나에게 먼저 익혀 가지고 시집가라 하여서 그만......"
한 즉 그 어미가
"이 바보 같은 년아, 신랑이 뒷집 청년이 아닌 바에야 네가 그 전에 익힌 바를 어찌 다시 썼는고?" 하니
"그래 한참 신바람이 났는데 그걸 뒷집 청년으로 알았지 누가 새 신랑으로 알았나요?"
하고 울먹이며 대답하니 듣는 이가 모두 입을 다물 줄 모르더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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