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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기장수가 옹기 한 짐을 지고 나무 밑에 쉬며 눈을 지그시 감고 암산(暗算)을 하면서,
"한푼이 두푼이 되고, 두푼이 네푼 되고, 일전이 이전이 되며, 한짐이 두짐 되고, 한냥이 두 냥이 될 것이다. 두냥이 넉냥이 되어서 차차 배(倍)가 되어, 마침내 만억조(萬億兆)에 달하게 되고, 재산이 이처럼 되면 장부가 처세하는데 어찌 아내가 없겠는가 ? 아내가 있은 후 에는 어찌 첩이 없겠는가 ?
이렇게 한 후에 일처일첩(一妻一妾)은 대장부의 상사(常事)이니 처첩(妻妾)이 있은 후에 만 약 서로 싸운다면 마땅히 이렇게 때려야 한다."
하고 지게작대기로 옹기그릇을 마구 때려 부순 후에 눈을 뜨고 생각하여 보니 한 가지도 이루어진 것은 없고 옹기만 모두 깨어졌을 뿐 만 아니라 지게까지 부셔졌고, 다만 옆에 서푼짜리 조그마한 동이 한 개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주워 가지고 가다가 길에서 소나기를 만나자 대장간에 들어가서 비를 피하면서 다시 암산하기를,
"이 서푼짜리 조그만 동이로 육푼을 받고, 육푼으로 그릇 두 개를 사서 일전 두푼을 받으면 차차 곱빼기가 되어서 그 수를 셀 수 없게 되겠지."
하고 머리를 끄덕거리며 의기양양 하는데, 그것 또한 그만 대장간 화로벽에 부딪쳐 깨어지고 말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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