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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평양감사가 이방의 재치를 시험해 보려고 대동강으로 함께 나가서 물에 떠 있는 오리를 보고
"저 오리는 십리를 가든지 백리를 가든지 언제나 오리라고만 하니 무슨 이치인가?"
그러자, 이방의 말인 즉
"할미새는 어제 나도 할미새, 오늘 나도 할미새라 하니 그 이치는 무엇입니까?"
하고 이방이 반문하거늘 감사는 내심으로 보통이 넘는 맹랑한 이방이라고 생각하고서
"새장구는 다 낡아도 밤낮 새장구라고 하니 그것은 무슨 이치이겠는가?"
그러자,
"사또께서는 북(鼓)은 동에 있으나, 서에 있으나 항상 북이라고만 하는 이치를 아시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사또는
"창(槍)으로 창(窓)을 찌르면 그 구멍을 창(槍)구멍이라고 하는가, 창(窓)구멍이라 하는가?" 하니, 이방의 말인 즉
"사또님, 눈 오는 날에 눈(雪)이 눈에 들어가 눈(眼)물을 흘리면 눈(眼)물이라 하겠습니까, 눈(雪)물이라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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