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그림자

말 눈으로 안 봤으면 본 것처럼 말을 마라 하물며 들은 것은 입 밖에도 내지마라 헛소문 새끼 치는 건 말 많음이 제일이다.

나무들의 이야기 내 몸이 이상해요 어제 같지 않아요 여기 좀 봐 주세요 연두 빛이 돌아요 누군가 봄비 속에다 물감을 섞었어요. 온몸이 간질간질 정말로 이상해요 봄비를 맞고나서 점점 심해졌어요 손끝에 연두색 싹이 자라나고 있어요.

상선약수(上善若水) 세상사 다 챙기며 살지를 말라한다 막히면 돌아가고 낮은 곳도 찾으란다 내 주장 하지를 말고 물처럼만 살으란다.

그믐달 깜깜한 하늘위에 조각배가 떠있다 은하수를 건너서 항구 찾아 가는데 앞산이 나무 높나봐 산마루에 걸렸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 냉장고 꽉 차도록 음식을 쌓지 마라 시간이 지나가면 모든 것이 썩으니 맛있는 건 신선할 때 바로바로 먹어라 좋은 건 먼저 써라 아껴두면 똥된다 유행이 지나가고 취향도 바꿔지면 못 쓰고 버리는 일이 허다하게 많단다. 특별한 날은 적다 일 년에 몇 번이다 매일을 특별하게 챙기면서 살아라 오늘이 가장 소중한 날 마음먹기 달렸다. 때 되면 하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건강 잃고 늙으면 아무소용 없으니 마음을 먹었을 때는 곧 바로 실행하라 기회가 또 있겠지 생각도 하지마라 모든 건 때가 있다 만나면 붙들어라 이 순간 놓치고 나면 소중한 것 잃는다. - 조미하 著 ‘결정했어 행복하기로’를 읽고

우리 동네 강아지 멀리서 지나가도 나만 보면 으르릉 이빨을 내보이며 멍멍멍 으르르렁 요놈 봐, 엄마한테는 꼬리치고 있잖아.

황태 휑한 눈 크게 뜨니 하늘아래 바람 골 티 없이 맑은 기운 냉랭해진 자태로 수행자 몸속에서는 사리(舍利)가 익어간다. 금빛을 띠는 육신 그 안에 스며든 기(氣) 수양이 깊은 몸에 배어있는 자비로 살 찢어 보시(布施)하리라 해탈길을 열었다.

홍매(紅梅) 이파리 나기 전에 꽃 먼저 피워놓고 속내를 들킨 듯이 얼굴이 빨개졌다 수줍음 머금은 향기 담을 넘는 순간에.

심성(心性) 마음이 허전하니 말을 많이 하더군 자기를 보란듯이 고개 들고 외치데 그 속내 허약한 것을 온 세상이 아는데. 가진 것 없는 자가 허풍이 절로 심해 있는 듯 포장해도 속은 텅 비었는걸 애절한 그네 심정을 뉘라서 알아줄까. 세상에 우뚝 서서 외로이 버텨 봐도 가면 속 감춘 얼굴 비지땀에 젖었고 사자후(獅子吼) 억지스러움 떨림으로 새더군.

봄이 오나 봐 아무도 모르라고 들키지 않으려고 소리도 내지 않고 가만가만 왔는데 모두가 알아버렸다 아지랑이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