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소는 빌리지 못했지만...

임기종 2026. 1. 26. 02:48
728x90

 

 

어떤 시골의 과수가 여비 하나를 데리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었는데 밭을 갈 때는 늘 이웃 홀아비에게 소를 빌렸다. 어느날 과수가 밭을 갈려고 여비를 시켜 소를 빌리러 보냈으나 홀아비는,

나와 하룻밤을 보내 준다면 내 틀림없이 소는 물론 내가 직접 밭을 갈아 주마."

하고 여종을 희롱하며 청했다. 여종은 빈손으로 돌아와 그 사연을 주인 마님에게 고하니

"그게 뭐 그리 어려울 게 있느냐, 하룻밤만 자고 오너라."

하고 허락했다. 그리하여 홀아비와 여비가 잠자리에 들게 되었는데 홀아비는 굴러들어온 복을 마음껏 즐기자는 장난기가 발동하여,

"내가 너와 교합하는 동안 넌 우리 얼룩소를 계속 불러야 한다. 먼저 아롱아 하고 부르고 그 다음엔 어롱아 하고 부르되 이를 되풀이 하는 것이다. 아롱아 어롱아, 아롱아 어롱아 하고 말이다. 만일 아롱아 어롱아를 부르는 동안에 다른 소리를 내어서는 소를 빌려 줄 수가 없다."

하고 말하니 여종은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걸 외우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무슨 연고입니까 ? "

하고 물었다. 그러자 홀아비는,

"작은 얼룩을 아롱이라 하고 큰 얼룩을 어롱이라 하지 않느냐. 그런데 우리 소는 크고 작은 얼룩이 있어 아롱 어롱으로 부른다. 그리고 우리 소란 놈은 제 이름을 외워 주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않는 심술이 있느니라."

하고 말하자 여종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하여 둘의 교합이 시작되었는데 여종은 홀아비가 시키는 대로 양물이 들어오면 아롱아, 나가면 어롱아 하고 외웠다.

그런데 진퇴가 점점 급해지고 격해지자 여종은 그만 혼미하여져 아아! 어어? 할 뿐 제대로 외우지를 못하자 홀아비는.

"너는 약속대로 하지 못하고 아아 어어 소리만 지르다 일을 망쳤으니 소를 빌려 줄 수가 없다."

하고 여종을 그냥 돌려 보냈다. 여종이 주인 마님에게 돌아와 그 시종을 이야기하니 과수는,

"얘야, 그 두 마디가 무엇이 그리 어려워서 바보스럽게 아아 어어만 하고 빈손으로 온단 말이냐 ?"

하고 어쩔 수 없이 스스로 그 일을 홀아비에게 청하고 나섰다. 이리하여 홀아비는 과수와 다시 교합되었는데 과수 또한 처음에는 아롱아 어롱 아를 몇번 번갈아 외우더니 마침내 음극에 이르자 어어어 ! 하고 더듬은 채 일이 끝났다. 이에 홀아비는,

"당신도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으니 소를 빌려 줄 수가 없소."

하고 얼르니 과수는,

"괜찮아요, 당신으로 인해 이렇게 삶의 기쁨을 맛보았으니 소를 빌리지 못한다 해서 무슨 한이 되겠습니까."

 

'해학과 재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 당신 차례요....  (0) 2026.01.28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0) 2026.01.27
발톱을 깎아야...  (1) 2026.01.21
시간이 되면 일어선다  (1) 2026.01.20
이라는 놈이 명당을 찾았는데  (0) 2026.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