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사상계를 제압하고 있던 유물론에 정면으로 반대하여 이상주의를 주창하면서 크게 활약한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은 만년에 콩코드(Concorde)에 살면서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사람들은 그를 '콩코드의 철인'이라 부르며 숭배하고 존경했다. 그런 어느 날 그에게 어떤 손님이 찾아와서 물었다.
"독서할 때 어떤 점이 중요한지 들려주십시오."
그때 그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독서에 대해서 나는 세 가지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첫째는 출판 후 적어도 일년이 지나지 않으면 읽지 않는다는 것.
둘째는 이미 이름이 알려져 있는 책이 아니면 읽지 않는다는 것.
셋째는 좋아하는 책이 아니면 읽지 않는다는 것이죠.
셰익스피어는 즐거움이 없는 곳에는 이익도 없다고 했지만 독서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기호에 맞춰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답니다."
좋아하는 책이 아니면 즐겁지 않고, 즐겁지 않으면 이익이 되어 몸에 배지 않는다. 이것은 에머슨이 말한 세 원칙 가운데 세 번째 원칙이다. 다만 독서의 경우에 주의해야할 것은, 독서의 즐거움이라는 감정은 오히려 '괴롭다'는 과정을 거쳐 생기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경박하고 안이한 방법으로 얻은 즐거움은 어지간히 경계하지 않으면 진짜 즐거움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진짜 즐거움은 오히려 괴로운 과정을 거쳐 찾아온다. 예를 들면 알프스를 정복한 사람은 산을 알고 산을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진짜 즐거움은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맞으며 높은 산의 험한 비탈길을 한발 한발 기어 올라가는 고통을 거쳐 정상을 정복했을 때라야 비로소 맛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세 번째 원칙을 바탕으로 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원칙이 무게를 더하게 된다. 즉 부근에 있는 조그만 산에 아무리 올라가도 진정한 산행의 즐거움을 맛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삼류 이하의 책을 아무리 읽는다 해도 일류의 책을 읽은 즐거움을 맛볼 수 없다. 이미 준엄한 세상의 평가를 거쳐 가치가 인정되고 이름이 알려진 일류의 책이야말로 무엇보다도 먼저 읽어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적어도 출판 후 1년이 지난 책을 선택한다는 것을 첫 번째 원칙으로 드는 것에서 이른바 베스트셀러라고 일컬어지는 것에 예리한 눈길을 던지는 주도면밀한 에머슨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아차려야 할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그대로 양서라고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개중에는 양서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대개의 경우에는 일류에 미치지 못하므로 베스트셀러가 결코 책의 선택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그는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증거로 대부분의 베스트셀러는 처음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만 출간한 지 1년도 채 못 되어 물거품처럼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정말로 빈틈없는 '독서 3원칙'이다. 모두들 독서 생활의 지표로 삼아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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