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그림 그리고 이야기

한국 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7. 1. 5.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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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한 자가 문득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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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짐을 매어놓고 떠나려 하시는 이 날

어두운 새벽부터 시름없이 내리는 비

내일도 내리오소서 연일 두고 오소서.

 

부디 머나먼 길 떠나지 마오시라

날이 저물도록 시름없이 내리는 비

저으기 말리는 정은 나보다도 더 하오.

 

잡았던 그 소매를 뿌리치고 떠나신다

갑자기 꿈을 깨니 반가운 빗소리라

매어둔 짐을 보고는 눈을 도로 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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