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기 영 역
어항에 물고기를 너무 많이 넣으면 숫자가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 때까지 저희들끼리 서로 물어 죽인다고 한다. 물고기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사자가 자신의 분비물로 제 영역을 표시해 놓고 다른 사자가 영역을 침범하면 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는 것은 배타적 생존 공간 확보의 전형이라 하겠다. 이철 목사의 칼럼 중에서도 이런 배타적인 공간에 대한 설명을 찾아 볼 수 있는데, 참새나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새들을 보면, 나무나 줄에 앉을 때 서로 어느 정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앉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나중에 날 때 서로의 날개가 부딪히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도 최적의 대인거리라는 것이 있다. 어항 속 물고기에게는 몇 cm, 초원의 사자에게는 몇 km, 참새들에게는 날개를 움직일만한 공간인, 이 생존 공간이 인간에게는 얼마쯤 될지 궁금하다. 인간 사이에 너무 가까이 해도 안 되고 너무 멀리해도 안 되는 적정한 거리가 있을 것인데, 우리 조는 이 자기영역에 대해서 조사해 보았다.
우리 조의 주제는 ‘남자들은 왜 공중화장실에서 다른 사람 바로 옆에 붙어서 소변을 보지 않을까?’, ‘사람들은 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다른 사람 바로 옆자리에는 앉지 않는 것일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이런 현상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개념이 바로 자기영역이었다. 박지영의 저서 “생활속의 심리학”이라는 책에 이 자기영역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아래와 같다.
- 공 간 -
1) 개인공간
영국이나 미국인은 최대한 떨어져 이야기하려고 하며 남부 유럽인은 가까이 서려고 한다. 또 라틴아메리카나 아랍인들은 최대한 붙으려고 한다. 그래서 떨어지려는 미국인이 붙으려는 아랍인과 만났을 때 어떤 광경이 벌어질지 예상해 볼 수 있다. 아랍인은 미국인을 아주 냉정하고 우호적이지 못한 사람으로 보게 될 것이고, 미국인은 아랍인을 너무 우호적이고 징그럽게 구는 사람으로 보게 될 것이다.
여러분이 지금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고 하자. 그런데 어떤 낯선 사람이 와 바로 옆에 선다면 대개는 자리를 이동하게 된다. 또 공언의 벤치에서 애인을 기다리고 있는데, 애인이 와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다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이 가족인가 연인인가 사업상 만나는 사람인가 아니면 생명부지의 사람인가에 따라 그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한다. 이것은 사람들이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하는데 있어 좋아하는 일정한 거리가 있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이런 공간을 마치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느낀다. 이 공간이 바로 개인 공간이다. 사람들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 가까이 오는 것을 거부하기도 하며 또는 안락감을 느끼기 위하여 가까이 오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개인공간은 다른 사람과 간격을 유지하려는 거리로 측정하여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친밀한 거리로서 약 50cm이내의 거리다. 이것은 연인들이라든가 어머니와 아기의 거리다. 다른 사람이 파고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두번째는 개인적 거리로서 약 50cm에서 1.2m 정도의 거리이다. 친구와 이야기하기 좋은 거리이다. 세번째는 사회적 거리이다. 1.2m에서 2m정도의 거리이다. 회의나 사업상 거래를 하기에 적당하다. 마지막은 공공거리로서 3.5m~7.5m의 거리이다. 큰 목소리가 필요하다. 강의나 거리의 약장수를 생각하면 된다.
이것은 물론 거꾸로 생각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서로 가깝게 붙어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친밀하거나 연인의 관계라는 것을 말한다. 어떤 남자가 여자에게 더욱 가까이 붙으려고 한다면 그가 그 여자를 사랑하거나 좋아하고 있다는 또 다른 강렬한 표현에 다름 아니다.
개인공간은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무엇인가를 말해준다. 내향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다른 사람과의 거리를 더 두려고 한다. 친근하고 긍정적인 인상을 받으려는 사람(예컨대 국회의원 후보자)은 거리를 적게 두며 또한 눈길의 마주침, 악수 같은 행동을 함께 하기도 한다.
2) 좌석배치
원형테이블은 사람들간의 매력을 높여주고 또 모두가 같은 위치에서 대화를 하고 참가자 전원이 발언할 기회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맞대면하는 사각형테이블은 대화의 자리뿐만 아니라 경쟁, 설득, 논쟁, 대결의 자리이기도 하다. 1967년 파리에서 열린 한 회담은 회담장의 좌석배치를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로 몇 달을 끌었다.
개인공간과 밀접하여 연관되어 있는 문제중의 하나가 좌석배치이다. 강의실이나 극장, 버스, 공원, 레스토랑, 커피숍, 회의실, 공항이나 터미널의 좌석은 제각각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좌석에는 크게 두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모여드는 좌석(사회구심적인 좌석)이며 다른 하나는 내모는 좌석(사회원심적 좌석)이다. 사회구심적 좌석은 눈 마주침을 자주 하게 만들고 대화에 지장이 없도록 하며 친밀감을 느끼도록 해준다. 레스토랑이나 거실처럼 둥글게 배치한 소파가 여기에 해당한다.
사회원심적 좌석은 사람들의 눈 마주침을 못하게 하고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만든다. 대합실, 병원, 교실, 대기실의 의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의자들은 극장식으로 되어 있거나 등을 맞대고 앉게 되어 있다. 심지어 마주보게 배열해 놓았다 하더라도 너무 빨리 배치한 탓에 대화를 나눌 수 없게 되어 있다. 또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다. 대개 움직일 수 없도록 볼트로 죄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치는 낯선 이들과의 원치 않는 대화를 막고 자기 일만 보게 만든다.
좌석 선정의 연구들을 보게 되면 집단성원일 경우 사회구심적배치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배치에서도 그 상황에서 수행하는 과제의 유형에 따라 좌석배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평범한 대화를 할 때나 어떤 문제를 협동해서 하거나, 경쟁하거나 혹은 서로 다른 과제를 수행할 때 좋아하는 배치가 다르다는 말이다.
여러 좌석의 배치를 보자.
A와B처럼 모서리-모서리 배치와 맞대면 배치는 대화를 할 때 선호하는 것이고, 나란히 앉는 배치(D)는 협동을 할 때 선호하는 배치다. 경쟁하는 짝들은 직접 맞대면하는 배치(B)나 대인거리를 멀리 두는 배치(E)를 선택하며, 눈길을 피할 수 있는 배치(C)는 서로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짝들이 좋아한다. 둥근 테이블에서의 좌석배치도 이와 비슷하다.
또 남녀간에는 선호하는 좌석에 있어 차이를 나타낸다. 남성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상대와 마주치는 위치를 좋아하고 여성들은 옆자리를 선호한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상대와 마주치는 위치를 좋아하고 여성들은 옆자리를 선호한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그들이 좋아하는 상대를 위해 자리를 남겨 놓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게 되면 그 사람은 그 만큼 더 거부당한다.
도서관에서 실시된 실험을 보게 되면 남학생들은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낯선 사람을 가장 싫게 여기고, 여성들은 그들 옆에 앉은 낯선 사람에 대해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침범자가 없는 경우라도 남성은 자신의 정면에 책이나 물건을 둠으로써 개인공간을 지키려 했고, 여성은 양옆에 물건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므로 상식이 가끔은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낯선 여자에게 흑심을 품고 바로 옆자리로 돌진했다간 본전을 건지기 힘들다. 남성자신은 위협적인 앞자리를 피하고자 옆으로 접근을 시도했는데 여성의 위협적인 자리는 바로 옆자리이기 때문이다.
테이블의 형태가 원형인가 아니면 사각형인가 하는 것도 대화의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교수가 학생을 면담할 때 어떤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는가에 따라 교수에 대한 학생의 인상이 달라진다. 원형테이블에서 면담했을 경우 학생들은 교수가 공평하고 동정심이 깊고 개방적이며 권위적이기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노사협상이나 남북대화처럼 긴 사각테이블에 앉아 맞대면하는 현재의 좌석배치도 원형으로 바꾸면 보다 나은 결과를 바라볼 수도 있다.
한편, 많은 구성원들과 눈 마주침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상석이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처음 만났을 때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다른 사람들과 눈 마주침을 많이 할 수 있는 자리를 차지하면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 5명의 피험자들 2명과 3명으로 나눠 마주보고 대화했을 때 2명 앉은 곳에서는 70%가 지도가로 배출되었으나 3명 앉은자리에서는 30%만 배출되었다. 3명 앉은자리에서 주의 집중하여 가장 잘 볼 수 있는 사람은 맞은 편 2명이기 때문이다.
3) 영역행동
버스 안, 앉을 자리를 찾던 노인이 신사의 옆자리에 짐만 있고 사람이 없자 앉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신사는 곧 올 친구의 짐이라며 앉지도 못하게 했다. 버스가 출발해도 그 친구는 오지 않았다. 노인은 짐을 차창 밖으로 던지고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그 친구, 차를 못 탔을 텐데 짐이라도 잃지 말아야지.
시험 때가 되면 도서관은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줄 선 사람은 서른 명이고 도서관 좌석은 백개라하여 느긋하게 생각하고 늦게 들어갔다간 자리를 못 잡고 만다. 이미 들어온 사람들이 빈자리에도 책을 펴놓았거나 가방을 놓았거나 하여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람에게도 영역이 있다. 사람들은 특별한 장소에 표시를 함으로써 자신의 것이라고 선언해 버린다. 빈자리에 가방을 놓거나 화장실의 문을 잠그는 식이다. 초등학교 2인용 책상에는 어느 책상이든지 가운데 금이 그어져 있다.
자기영역은 어떤 사람이나 집단에 의해 통제되는 범위이다. 집단의 경우 영역의 크기와 위치는 그 집단의 위계와 관련되어 있다. 지위가 올라갈수록 더 넓고 호화롭게 치장된다.
개인공간이 신체적으로 한 사람에 관계되어 있다고 한다면 영역은 신체와는 관계가 없다. 자리비운 사장의 집무실에 들어가도 말단사원은 기가 죽고, 음흉한 생각 없이는 빈집이라도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도서관의 좌석처럼 자신이 자리를 비웠더라도 영역에 대한 주인의 지배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자신의 영역은 정해져 있다. 거실의 소파에는 아버지의 자리가 있는가 하면 아들의 자리가 있기도 하다. 가장의 자리에 아들이 앉으면 꾸지람을 듣게 된다. 남성이 여성용 화장실에 들어 갔다간 낭패를 당하기 일쑤고 열차의 좌석이 비어있더라도 자신의 표가 입석이면 앉기가 망설여진다. 지정좌석이 없는 화장실이나 교실의 경우라도 꼭 자기가 앉던 자리에 앉게 된다. 또한 아무리 직급이 높더라도 하급자의 의자에 허락 없이 앉으면 그 날로 높은 그분에 대한 존경심은 사라진다. 해군함장의 의자는 국가원수가 와도 앉지 못한다.
자신의 영역이 침범을 받으면 마음속의 저항이 생긴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저항은 그리 많지 않다. 늘 애용하던 화장실의 한 칸에 사람이 있으면 비켜 달라 소리도 못한다. 하지만 다른 칸을 이용해야 한다면 볼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런 영역해동은 사람들이 질서 있게 사회작용을 하도록 돕고 프라이버시를 지키도록 한다.
4) 영역의 종류
영역에는 세 종류가 있다. 하나는 일차적인 영역으로서, 가정이나 개인 사무실처럼 한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배타적이고 독점되어 있는 영역이다. 개가 없더라도 맹견주의라는 푯말을 대문에 붙이는 것도 좀도둑의 접근을 막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낯선 사람의 자기공간 침입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기도하다.
울타리나 담장, 아파트의 현관은 영역의 범위를 나타낸다. 초대를 받아 방문을 했다 하더라도 방문자가 그나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는 거실에 한정된다. 침실을 보자고 했다간 주인이 방문자의 외투를 들고 온다. 그만 나가주세요라는 뜻이다.
권위적인 선배가 순종적인 후배의 가정을 방문하게 되면 그 위치는 바뀌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 따질게 있어 이를 갈면서 갔다가도 막상 그의 집에서는 목소리가 잦아들고 만다. 자신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축구나 야구에서도 원정팀보다는 홈팀이 자기 영역인 홈구장에서 이길 확률이 더 높다. 실제로 NBA의 시카고 불스는 96년 3월 홈경기에서 41연승을 기록했다.
두번째는 이차적인 영역이다. 이것은 정기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는 영역이다. 그래서 소유관계가 확실하지 않다. 회의실이나 휴게실, 서클룸, 단골술집이 좋은 예다. 자기 혼자만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오기 전에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자기가 간 다음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영역은 영역이다. 용무가 없는 사람이나 잡상인들은 출입이 저지된다. 낯선 사람이 서클룸에 등장하면 경계의 눈초리를 받게된다. 단골손님이 술집에서 큰 소리를 치면 처음 온 사람은 기가 죽는다. 뒤늦게 택시에 합승한 사람은 조금 멀리 돌아가더라도 불평을 못한다.(물론 택시는 원칙적으로 합승이 허용되지 않기에 일차적인 영역이다.)
마지막은 공공영역이다. 이것은 공원의 벤치, 대합실의 좌석, 공중전화부스, 도서관과 같이 모든 사람들이 접근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이것은 먼저 자리잡는 사람이 임자다. 강이나 산에서 야영할 때 먼저 텐트를 치면 자신의 영역이 된다.
공공영역을 선택할 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를 감안한다. 야영을 하더라도 먼저 온 사람 바로 옆에 텐트를 치지 않으며 도서관에서도 멀찍이 자리를 잡게 된다. 또 영역에 대한 소유감은 그 사람이 자리에 있는 시간과 비례한다. 당신은 나의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앉은지 1분도 안된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지만 10분앉아 있는 사람은 저항을 하게된다.
5) 과밀
여러분은 지금 가로 2m, 세로 1.7m, 높이 2.3m의 좁은 공간에 열두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서있다. 이 공간은 창문이 없으며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아가씨의 화장품 냄새와 젊은이의 무스 냄새, 점심을 갓 끝낸 아저씨의 고기 냄새로 범벅이 되어 있다. 또 천장에 있는 전등은 아주 밝아서 앞에선 사람의 비듬까지도 다 보인다. 게다가 모든 사람들이 정면을 향해 있으며 서로간의 대화도 없다. 모두가 정면 위쪽에 변하는 빨간 숫자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비단 몇 초만 그런 상황에 있긴 하지만 여러분에게 이런 일이 닥치면 아찔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싫어 일부러 힘든 고생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례의 경우는 드문 것이 아니다. 바로 만원의 엘리베이터 상황이다. 매일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이 좁은 공간을 들락날락한다. 뒤치락거리지도 못할 상황에서 사람들은 음악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며, 혹은 오늘의 명언이라도 하나 붙어 있으면 철학자가 된 듯 그것을 보면서 이 복잡한 상황에 적응하려고 한다. 또 누구는 아예 눈을 감아버린다.
이것은 과밀의 문제이다. 과밀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있는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의 한 형태이다. 엘리베이터뿐만 아니라 출퇴근 시간대의 버스와 지하철, 바겐세일 하는 백화점, 토요일 오후의 터미널 등에서 과밀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과밀은 주관적인 개념이다. 일정공간의 인구수를 말하는 인구밀도와는 다른 개념이다. 극장이나 야구장, 유원지 등에서는 밀도는 높지만 과밀을 경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단둘이 있고 싶어 호전한 바닷가를 찾았는데 다른 한쌍이 있다면 과밀을 경험하기도 한다.
과밀상황이 되면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행동을 방해하고 지장을 주게 된다. 식사를 하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할 때, 지하철을 쉽게 빠져나갈 수 없을 때와 같이 우리의 자유를 제약한다. 또 과밀상황은 자극이 너무 많다. 대부부분의 사람들은 적당한 수준이 자극을 좋아하는데, 과밀은 이 범위를 벗어난다. 그래서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무시하고 행동을 제한함으로써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한다.특히 도시의 삭막함도 이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사람들의 인심이 삭막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극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도시생활은 사람들에게 교통사고, 범죄, 프라이버시의 보호, 경쟁 등 많은 자극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의 일에 간섭을 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고밀도의 상황이긴 하지만 통제력을 갖고 있다면 과밀감을 덜 느낀다. 바꿔 이야기하면 통제력이 없으면 과밀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레스토랑에 먼저 들어와 창가의 좋은 자리를 골라 앉은 사람은 그렇게 못한 사람 보다 과밀을 덜 느낀다. 엘리베이터의 단추를 조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또한 과밀을 덜 느낀다.
경기장이나 유원지에서와 같이 우리는 고밀도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과밀을 느끼게 되면 경쟁과 공격성이 증가하고 폭력적으로 되기 쉽다. 또 학습된 무력감을 느끼거나 사회적 접촉을 회피하게 되며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그래서 공간배치나 건축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과밀을 느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사무실의 경우 칸막이를 설치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능률의 차이가 있게 되고 아파트나 기숙사의 경우 복도를 ‘ㅡ’자형으로 하느냐 아니면 ‘ᄃ’자나 ‘ᄅ’자로 하느냐에 따라 주거의 쾌적성을 다르게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접촉하다 보면 과밀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요즘의 아파트들은 한층에 두 집만이 쓰도록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제공한다.
우리 조는 정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 설문을 통해 확인해 보기로 했다. 남녀 각각 100명씩 총 200명을 표본대상으로 하여 아래와 같은 설문지에 응답하게 하였다.
* 이 설문지는 레포트 작성시 참고 자료 이외의 용도로 사용되지 않습니다.
성 별 |
□ 남 자 □ 여 자 |
1. 의자가 3개 있습니다. 당신은 어느 자리에 앉겠습니까?
다른 사람 앉아 있음. |
① |
② |
2. 의자가 3개 있습니다. 당신은 어느 자리에 앉겠습니까?
① |
다른 사람 앉아 있음. |
② |
3. 의자가 3개 있습니다. 당신은 어느 자리에 앉겠습니까?
① |
② |
다른 사람 앉아 있음. |
4. 당신은 평소에 엘리베이터에 타면 어느 자리에 섭니까?
① |
② |
③ |
④ |
⑤ |
⑥ |
⑦ |
⑧ |
⑨ |
|
|
|
|
* 설문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제 2의 경우 아무런 의미가 없으므로 설문에 응하도록만 하였고, 통계과정에서는 제외하였다. (설문지에서 문제 3 --> 통계결과에서 문제 2, 설문지에서 문제 4 --> 통계결과에서 문제 3)
* 통계결과
1 : 다른 사람이 앉은 옆자리
2 : 다른 사람이 앉은자리에서 한칸 건너뛴 자리
1 : 다른사람이 앉은 자리에서 한칸 건너뛴 자리
2 : 다른사람이 앉은 옆자리
결측 : 응답하지 않은 사람
1, 3, 7, 9 : 구석자리
1+3+7+9 = 74.5%
설문 결과를 보듯이 인간에게는 타인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는 본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자기영역은 여자보다 남자에가 더 넓고 그 강도도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성별을 구분하여 문제 1번과 2번(설문에서 문제 1번과 문제3번)을 교차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런데 결과에서는 의외로 남자들 보다 여자들에게서 타인에 대한 배타적 성격이 강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그 원인은 설문의 내용상 부실, 표본집단의 과소 등의 이유도 있겠으나, 남자 응답자들의 조작된 응답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성별에 따른 자기영역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남자들끼리 혹은 여자들끼리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 남 자 > < 여 자 >
사진에서 확인되듯이 남자들은 서로 잘 붙으려 하지 않는 반면에, 여자들은 서로 꼭 붙어 다니는 모습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남자들은 자기영역의 배타적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자기영역을 침범 당할 때 남성에게는 공격 본능을 자극하는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특유의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자기영역은 인간의 원초적인 모습에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아니카 소렌스탐이 미국프로골프(PGA)에 도전하기로 공식 발표한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때의 남자 골퍼들의 반응을 기억하는가?
․ 비제이 싱(피지) : “소렌스탐은 PGA 투어에서 뛸 자격이 없으며 콜로니얼대회에서 소렌스탐과 같은 조로 라운딩 해야 한다면 기권하겠다. 소렌스탐이 컷오프 탈락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남성들만의 투어가 있듯이 소렌스탐에게도 그들만의 투어가 있다. 소렌스탐이 무엇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한 마디로 웃기는 일이다. 여자가 남자투어에서 경기하는 것은 정말 다르다. 이는 마치 (테니스의)윌리엄스자매가 남자와 겨루겠다는 것과 같지만 윌리엄스 자매가 소렌스탐보다 훨씬 나은 선수일 것이다.?
․ 닉 프라이스(짐바브웨) : “소렌스탐의 PGA 등장에는 대중적인 선전의 냄새가 난다. 최고 수준임을 스스로 증명하려면 예선을 통과해야 한다.”
․ 스콧 호크(미국) : “그녀가 좋은 경기를 펼치기를 바라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사람들은 PGA와 LPGA투어가 왜 따로 분리돼 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 타이거 우즈(미국) : “콜로니얼대회(소렌스탐 참가)에 참가하지 않겠다?
이들의 발언은 대중을 상대로 한 것임을 고려할 때 상당수준으로 정제 혹은 가공된 것임에 틀림없다. 이외에도 자신의 아버지와 결혼한 새엄마를 미워하게 되는 자식들의 심리 같은 것들도 자기영역으로 해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자기영역은 이제는 마케팅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간략하게 조사해 보았다.
우선 현재 디자인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세 가지 유형의 공간(바자공간, 배타적 공간, 극장공간)중에 배타적 공간이 바로 그 예이다. 배타적 공간은 처음 오는 사람이라면 왠지 출입하기가 어색하다든지, 입구의 식별이 어렵다든지, 가게 내부를 밖에서 보이지 않게 한다든지 하는 방법 등으로 손님을 선별하는, 즉 감각적인 배타적 공간이다. 이러한 배타적 공간은 소비의 첨단을 걷는 생활인에게는 정보가치가 요구되는 공간에서 부잣집 '자녀' 혹은 '사모님'으로 스스럼없이 연출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흥미로운 게임이다.
또 하나 에고노믹스현상도 예로 들 수 있다. 에고노믹스(egonomics)현상은 ‘나 중심’이라고 하는 소비자의 개인화 욕구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을 말한다. 개인주의(individualism), 개연주의(個緣主義), 개체가족화, DINK(double income no kids), TONK(two only no kids), 맞벌이 부부의 증가, 독신, 만혼, 이혼율의 증가, 틈새시장의 성장, 소량구매, 개인취향, 배타적 공간의 확대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보면 현재까지의 불특정 다수를 위한 마케팅 전략에서 특정 소수에게로 표적을 선회하는 것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라 할 것이다. 즉, 고객의 요구에 따라 식사를 제공한다거나, 개인의 요구대로 맞춤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차츰 자리를 잡아 갈 것이다. 또한 특정 아이템, 특정 고객층, 특정 요리방식, 특정한 분위기, 특정한 서비스 방식, 특정한 시간대의 식사제공 등과 같이 보다 세분화된 고객을 겨냥하는 레스토랑들이 늘어갈 것이다.
이렇듯 자기영역은 인간의 아주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부분부터 상당한 의식 수준이 지배하는 부분까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처음에 사람과 사람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는가? 고슴도치 두 마리가 춥지도 않고 서로의 가시에 찔리지도 않기 위해서 적당한 거리를 찾는데 한참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는가? 한문에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란 말이 있듯이, 또 인간이란 한자(人間)가 사람 '인(人)' 자에 사이 '간(間)' 자를 쓰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너무 멀지도 않고. 너무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느끼게 되었다.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자 신문 읽기 7가지 공식 (0) | 2014.05.26 |
---|---|
천하에 몹쓸 6 도둑놈 (0) | 2014.05.26 |
중년(中年)이라 함은 (0) | 2014.05.22 |
별빛속에 20가지 행복찾기 (0) | 2014.05.21 |
시어모음 (0) | 2014.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