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느 시골에 사는 한 늙은이가 막내아들을 장가보내게 되었다. 이윽고 혼례를 치르게 되는 날 큰 아들네 손자를 보내서 건넛마을에 사는 신부의 어머니를 모셔오라고 하였다. 젊은 손자는 곧 사돈집에 가서 안사돈을 모시고 오다가 내를 건너게 되었다. 그때 젊은 손자가,
"이 내는 물살이 세어서 위험하니 제가 업어서 건너드리지요."
하고 말하니 여인은 별 생각 없이 아이의 등에 업혔다. 젊은 손자는 나이가 벌써 스무 살이 가까웠으므로 이미 춘정을 알만한 때였다. 아직 젊음이 남은 포동포동한 여인을 등에 업고 보니 기분이 삼삼해 내를 건너며 여인을 업은 손으로 여인의 풍만한 엉덩짝을 슬슬 주물러 보기도 하고 일부러 비틀거려 여인이 자기 등에 꼭 매달리게도 하여 지긋한 육덕의 자극을 느껴 보기도 하였다. 여인은 어린놈의 하는 짓이 은근히 괘씸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가 사돈집에 이르러서야 총각의 아비에게 크게 노한 말씨로 댁의 아들이 냇물을 건너면서 여차여차 하였으니 어찌 이와 같은 호로 새끼가 있느냐고 하자 총각의 아비가 손을 흔들며,
"그만 두시오!"
하고 말했다. 그러자 여인이 큰 소리로
"왜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총각 아비의 말,
"사돈댁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그 생각이 동하여 참을 수가 없군요."
라고 말했다. 이 말에 안사돈은 그만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늙은 주인을 찾아갔다.
"지금 댁의 손자와 개울을 건너올 때 댁의 손자가 여차여차한 짓을 하므로 그 일을 젊은 사돈에게 말하니 젊은 사돈도 또한 여차여차하게 대답합디다. 어찌 해괴하고 망측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어른께서 톡톡히 꾸짖으셔서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하자, 늙은 사돈은 눈물을 머금고 깊이 탄식하며 머리를 숙이고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에 여인은 이 사돈이 놀랍고 부끄러워 그러려니 하고,
"노인께서 그렇게 슬퍼하실 일이 아닙니다. 젊은 아들에게 훈계나 단단히 해 주시라고 말씀드린 것뿐입니다."
그러자 늙은 사돈이 방바닥을 치면서 탄식하기를,
"아니오. 내 그 때문에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젊었을 때에 그런 말을 들었더라면 그 욕망이 동하여 견디지 못하였을 것인데 이제 나이 들고 기운이 없어 이렇게 좋은 말을 듣고도 몸이 다 쓴 풀 자루처럼 축 늘어져 일어날 생각조차 않으니 어찌 인간으로서 살아 있다 하겠소?"
"뭐라구요?"
안사돈은 너무도 기가 막혀 벌어진 입이 쉽게 다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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