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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옆에서 - 서정주 -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경향신문>(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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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고수 (鼓手)
휘모리 자진모리 숨 가쁜 대목들을
각으로 휘어잡고 궁으로 다스리며
소리 길 올곧은 길로 한 평생을 달려왔네
절망도 두들기고 희망도 두들기며
소리를 끌어안고 저 높이 비상할 땐
우리의 소리 궁합은 영원하리라 믿었는데
소리판 끝이나니 관객들은 떠나가고
울리던 북소리는 둘러봐도 종적 없네
변죽만 울려대면서 살아온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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