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조

선자령

임기종 2021. 3. 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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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바람 길 막아서서 지내온 억겁세월

굽은 허리 못펴고 다져온 저 눈밭은

한가닥 꿈을 그리며 지켜 낸 고갯마루.

 

조급해 말라는 듯 푸욱 푹 빠지는 발

들리는 물소리에 가는 귀 의심할 때

선자령 하얀 봉우리 새삼 높아 보인다.

 

억세게 다가서면 못 이긴 듯 굽혀주고

오름세 약해지면 가만히 허리 펴니

세상사 그런 것인 걸 여지껏 몰랐더라.

 

흰 구름 내려앉아 세상이 환해지면

이기지 못한 의욕 불타는 가슴여도

굽혀진 그림자 만은 일어설 줄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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