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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바람 길 막아서서 지내온 억겁세월
굽은 허리 못펴고 다져온 저 눈밭은
한가닥 꿈을 그리며 지켜 낸 고갯마루.
조급해 말라는 듯 푸욱 푹 빠지는 발
들리는 물소리에 가는 귀 의심할 때
선자령 하얀 봉우리 새삼 높아 보인다.
억세게 다가서면 못 이긴 듯 굽혀주고
오름세 약해지면 가만히 허리 펴니
세상사 그런 것인 걸 여지껏 몰랐더라.
흰 구름 내려앉아 세상이 환해지면
이기지 못한 의욕 불타는 가슴여도
굽혀진 그림자 만은 일어설 줄 몰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