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
옛날 중국 하남성에 단하라는 선사가 살고 있었다. 어느 해 겨울 여행을 하던 중 혜림사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그는 하루 종일 눈을 맞으며 걸었기 때문에 매우 피곤했다. 차림도 오랜 여행으로 인해 남루했다. 그 절 주지스님이 반찬도 없이 찬밥 한덩어리를 차려 주고는, 그 추운 겨울인데도 꽁꽁 언 방으로 안내했다. 방에 들어가 방안을 둘러 보니 한쪽 구석에 목불이 진열되어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이 절에서 목불을 만들어 내다 파는 모양이었다. 단하 선사는 코가 얼 정도로 추운 방에 앉아 한참을 생각하다가 도끼를 들고 부엌으로 나가 진열되어 있던 목불을 쪼개 불을 땠다.
단하선사는 따뜻하게 잠을 자고 새벽 일찍 일어나 그 절을 떠났다. 절 원주가 일어나 승방을 열어보니 방안이 따끈따끈 했다. 원주는 깜짝 놀랐다. 목불을 모두 쪼개서 불을 땐 흔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억누를 길이 없었다. 그래 서 그는 그 길로 하산한 단하를 찾아 바삐 걸었다. 얼마 못가서 단하선사를 따라잡았다. 원주가 단하에게 말했다.
<명색이 당신도 스님이 아니시오. 그런데 어찌하여 섬겨야 할 목불을 죄다 쪼개 땠소>
단하가 대답했다.
<여래를 화장하면 사리가 나온다기에 사리를 받으려고 그랬소>
그러자 원주가 힐책하듯 말했다.
<당신 참으로 모자란 소리를 하는구려. 어찌 목불에서 사리가 나온단 말이오>
그러자 단하가 말했다.
<사리가 안나올 바에야 나무토막이지 무슨 부처요>
원주는 그 말을 듣고도 노기가 가라앉지 않았다. 단하가 이어서 말했다.
<사람 섬길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부처를 섬긴단 말이오. 사람이 바로 산 부처요>
사람 섬길 줄도 모르면서 나무토막을 깎아 만든 부처를 섬겨서 뭘하겠는가? 사람이 산 하느님인데... 그래서 네 안에 하느님이 계신다고 했는데... 건물 꼭대기의 십자가, 으리으리한 교회만 섬긴다고 신앙이 완성되겠는가?
당신도 신앙의 원점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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