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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즈니쉬 철학우화 3

임기종 2014. 5. 3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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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

  어느 시골마을의 학교에서  선생이 학생들에게 라마의 이야기를 가르치고 있었다. 그런데 학생들이 조는 것은 라마야나를 낭송할 때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그런 때에는 어른들도 졸곤 했다. 그 이야기는 너무 많이 되풀이되어 들려졌기 때문에, 그 참뜻을 잃어버리고 새로움도 없었다선생은 그저 기계적으로 낭송할 뿐이었다. 어느 누가 보아도 그 선생 또한 졸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그 이야기를 암기하고 있었고, 앵무새처럼 지저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그런데 갑자기 교실 안에 큰 사건이 일어났다. 장학관이 시찰을 나온 것이었다.   학생들은 모두 잠에서 깨어났고 선생도 정신을 차렸다. 선생은 수업을 계속 진행했다수업을 참관하고 있던 장학관이 말했다.

  <당신이 라마야나를 가르치고 있는 것을 보니 무척이나 기쁩니다. 학생들에게 라마에 대해 한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장학관은 학생들이 부러진 활이야기나 전투 이야기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간단하게 질문을 했다.

  <학생 여러분, 상카라의 활을 부러뜨린 사람은 누구입니까? 어디 누가 말해 보겠습니까?>

  한 소년이 손을 들고 일어나 말했다.

  <그건 제가 부러뜨린게 아닙니다. 저는 보름 동안이나 결석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누가 그것을 부러뜨렸는지 모릅니다. 저는 지금 이 일을 분명히 해 두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만 하면 제일 먼저 추궁을 받는 것은 언제나 저이기 때문이죠>

  이 말에 장학관은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그가 선생 쪽을 돌아보니 선생은 금방이라도 회초리를 들어 올리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이 놈이 그 활을 부러뜨린 범인임이 분명합니다. 이 놈은 우리학교 학생들 중에서 가장 말썽 많고 못된 놈입니다>

  선생은 그 소년을 향해 고함쳤다.

  <만약 네가 한 짓이 아니라면  왜 일어서서 네가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거지?>

  계속해서 선생이 장학관에게 말했다.

  <이 학생의 그럴싸한 얘기에 속지 마십시오>

  장학관은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나을 듯싶어 그냥 교실을 나와 버렸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도 화가 나서, 교실에서 있었던 사건 모두를 교장에게 얘기하기 위해 곧장 교장실로 갔다. 그는 교장이 이 일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알고 싶었다.

  교장은 장학관에게 이 문제를 더 이상 끌고 나가지 말 것을 종용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교장은 말했다.

  <누가 그 활을 부러뜨렸든 간에 이 문제는 없었던 걸로 합시다. 이 학교는 두 달 만에 처음으로 조용했습니다. 그 전에는 학생들이 많은 비품을 부수고 불사르는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말썽을 피웠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오늘날 학생들에게 무슨 말이라도 하려고 하면 대단히 곤란한 문제를 가져올 뿐입니다. 동맹휴학이나 단식투쟁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장학관은 깜짝 놀랐다. 그는 학교 이사장에게 가서 오늘 일어났던 일을 모두 얘기했다. 교실에서는 라마야나가 가르쳐지고 있었고, 한 학생이 상카라의 활을 부러뜨린 사람은 자기가 아니라고 말했고, 선생은 그  학생이 범인임에 틀림없다고 말했으며, 교장은 이 일을 추궁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이고 학생들이 동맹휴학에 돌입할 우려가 있다면서 누구에게 책임이 있든 이 일을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요청했다는 것 등 모두를 얘기했다. 말을 마친 장학관은 이 일에 대한 이사장의 견해를 물었다.

  이사장은 교장의 방침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사장은 덧붙여 말했다.

  <게다가 범인에 대해서는 신경쓰실 것 없습니다. 누가 그 활을 부러뜨렸든지 이사회에서 수리해 줄 것입니다. 원인을 캐느니보다 고치는게 낫습니다>

  아무것도 알고 있지 않는데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자만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인간의 약점이다.

  라마야나 가운데 상카라의 활이 부러진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이 <어느 상카라일까>라고 물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그러나 자신의 무지를 인정할 용기를 가지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무지를 인정할 마음가짐이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함정이었다. 이 약점은 자멸적인 것임이 판명되었지만, 우리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이 행동한다. 그 결과 자신들의 삶을 혼란시킨다. 우리가 자신들의 모든 문제에 주는 답은  전부 그 학생에 의해 주어진 답, 선생, 교장, 그리고 이사장에 의해 주어진 답과 같은 것이다. 질문을 이해하지 않고 대답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을 바보로 만든다. 이것은 분명한 자기기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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