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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정지용(鄭芝溶)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비ㅅ낯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문장} 22호, 19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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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겨울, 금강 하구둑에서/김상선
산발한 바람앞에 흩어지는 눈발, 눈발
온기 잃은 밤바다에 등불처럼 내려앉아
진혼곡 넘치는 바다 넋을 놓고 울음 운다.
제 그리움 못이겨 신열이 돋는 바다
수평선에 닫고 싶은 늙은집의 발목까지
파도를 데리고 와서 적시고도 싶었다.
모눈종이 劃이 지는 바다의 깊은 상처
딱지처럼 붙어있는 폐선의 꿈 하나가
당골네 끓는 神氣運 시나위로 달래는 밤.
분분한 字母들은 눈발보다 더 맵차다
별 하나 저 갯벌에 힘겹게 내렸어도
우듬지 겨울냉기로 쓸고가는 천형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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