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 2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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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鄭芝溶)

 

돌에

그늘이 차고,

따로 몰리는

소소리 바람.

 

앞섰거니하여

꼬리 치날리어 세우고,

종종 다리 까칠한

산새 걸음걸이.

 

여울 지어

수척한 흰 물살,

갈갈이

손가락 펴고.

 

멎은 듯

새삼 돋는 비

붉은 잎 잎

소란히 밟고 간다.

 

({문장} 22, 19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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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작]

 

겨울, 금강 하구둑에서/김상선

 

산발한 바람앞에 흩어지는 눈발, 눈발

온기 잃은 밤바다에 등불처럼 내려앉아

진혼곡 넘치는 바다 넋을 놓고 울음 운다.

 

제 그리움 못이겨 신열이 돋는 바다

수평선에 닫고 싶은 늙은집의 발목까지

파도를 데리고 와서 적시고도 싶었다.

 

모눈종이 이 지는 바다의 깊은 상처

딱지처럼 붙어있는 폐선의 꿈 하나가

당골네 끓는 神氣運 시나위로 달래는 밤.

 

분분한 字母들은 눈발보다 더 맵차다

별 하나 저 갯벌에 힘겹게 내렸어도

우듬지 겨울냉기로 쓸고가는 천형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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