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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故鄕) - 정지용(鄭芝溶)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동방평론} 3호, 19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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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평 사 리 / 김종길
1.
포구의 물이 거슬러 강물을 부풀리면
은어떼 그리움 안고 약속처럼 모여든다.
평사리 너른 들녘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치마폭같은 밭뙈기 뜯어먹고 살았던
서로 몸부비며 피붙이로 살았던
검푸른 노송 두그루 가족사처럼 서 있다.
2.
언 땅에 서릿발 딛고 잠들어 섰구나
자운영 터뜨리던 추억을 간직한채
밟혀야 뿌리 내리는 튼실한 보리가 되어
켜켜로 쌓인 설움 한마디씩 잘라내며
한 눈에 볼수 없었던 청보리의 꿈들이
대지를 끌어 안은채 노을처럼 타오른다.
※평사리: 소설 「토지」의 배경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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