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 19.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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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故鄕) - 정지용(鄭芝溶)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동방평론} 3, 19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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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평 사 리 / 김종길

 

1.

포구의 물이 거슬러 강물을 부풀리면

은어떼 그리움 안고 약속처럼 모여든다.

평사리 너른 들녘에 잔잔한 물결이 일고

 

치마폭같은 밭뙈기 뜯어먹고 살았던

서로 몸부비며 피붙이로 살았던

검푸른 노송 두그루 가족사처럼 서 있다.

 

 

2.

언 땅에 서릿발 딛고 잠들어 섰구나

자운영 터뜨리던 추억을 간직한채

밟혀야 뿌리 내리는 튼실한 보리가 되어

 

켜켜로 쌓인 설움 한마디씩 잘라내며

한 눈에 볼수 없었던 청보리의 꿈들이

대지를 끌어 안은채 노을처럼 타오른다.

 

평사리: 소설 토지의 배경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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