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 22.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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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女僧) - 백 석(白石)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平安道)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가지취 : 취나물의 일종.

* 금전판 : 금광.

* 섶벌 : 재래종 일벌.

 

(시집 {사슴},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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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우륵에게

 

강현덕(조선일보)

 

한 점 수묵화처럼 낙동강에 밤이 왔다

늘어진 강줄기로 달빛은 풀려있고

이제는 낡은 나룻배 흔들리지 않는다

 

한 그루 오동나무로 이 강을 건너와서

하늘을 강물을 풀잎을 잠재우고

저 혼자 바람도 없이 울고 있는 악사여

 

소리 소리가 깨어 나를 일으킨다

목타는 12현금 어둠에 잘리고

가락국 그 먼 나라가 내게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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