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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 석(白石)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마가리 : 오막살이.
({여성}, 19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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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여행
한재인(매일신문)
숨가쁜 골짜기도 허허벌판 돌밭도
냇물은 희희낙락 자질 않는 처세술에
한겨울 굳은 표정 가슴에도 노랠 품고
이 물 저 물 어우러진 물의 숲 속 돛배 한 척
순풍에 닻 내리고 나침눈에 매달림은
한바다 갈 길 태고서 어스름마저 꿰뚫는가
가을바람 경작한 새털구름 채마밭에
풍향 잊은 새 몇 마리 고즈넉이 선회한다
한세상 고뇌의 텃밭 잡초떨기 쪼으면서
들숨에 달빛 머금고 날숨에 어둠 토하며
파도뿌리 깨물고는 살 부비는 조가비 되어
한밤중 자맥질하며 샛별 따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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