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한국현대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6. 1. 27.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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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 이 상(李 箱)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가톨릭 청년} 5, 19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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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가는 사람 /정 일 옥

 

벼루에 물을 부어 먹을 간다 혼을 간다

삼십여 긴 세월에 손과 옷은 먹이 돼도

뇌리 속 깊은 골짜기에 먹물 한 점 튀겼을까

 

해가 뜨면 같이 뜨고 별이 뜨면 같이 뜨니

어느 결에 필묵 놓고 환담이나 길게 할까

나 이제 먹물에 젖어서 후회없이 가고 있다

 

구름도 흘러가고 사계도 두루 돌아

주름주름 홈이 파인 황혼의 언덕에서

아직도 새벽이양 하여 먹만 갈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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