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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 이 상(李 箱)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事業)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反對)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診察)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가톨릭 청년} 5호, 19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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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가는 사람 /정 일 옥
벼루에 물을 부어 먹을 간다 혼을 간다
삼십여 긴 세월에 손과 옷은 먹이 돼도
뇌리 속 깊은 골짜기에 먹물 한 점 튀겼을까
해가 뜨면 같이 뜨고 별이 뜨면 같이 뜨니
어느 결에 필묵 놓고 환담이나 길게 할까
나 이제 먹물에 젖어서 후회없이 가고 있다
구름도 흘러가고 사계도 두루 돌아
주름주름 홈이 파인 황혼의 언덕에서
아직도 새벽이양 하여 먹만 갈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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