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세계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1. 1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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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서(영국) - 그의 사랑에게

 

어느 날 나는 그녀의 이름을 백사장에 썼으나

파도가 몰려와 씻어 버리고 말았네.

나는 또다시 그 이름을 모래 위에 썼으나

다시금 내 수고를 삼켜 버리고 말았다네.

그녀는 말하기를 우쭐대는 분, 헛된 짓을 말아요.

언젠가 죽을 운명인데 불멸의 것으로 하지 말아요.

나 자신도 언젠가는 파멸되어 이 모래처럼 되고

내 이름 또한 그처럼 씻겨 지워지겠지요.

나는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소. 천한 것은 죽어 흙으로 돌아갈지라도

당신은 명성에 의해 계속 살게 되오리다.

내 노래는 비할 바 없는 당신의 미덕을 길이 전하고

당신의 빛나는 이름을 하늘에 새길 것이오.

아아, 설령 죽음이 온 세계를 다스려도

우리 사랑은 남아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오리다.

 

*엘리자베스 조의 대표적 시인인 에드먼드 스펜서(Edmund Spenser;1552~99)가 뒷날 아내로 맞은 엘리자베스 보일(Elizabeth Boyle)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소네트 연작 아모레티 (Amoretti , 89)중에 수록된 것이다.

그의 시집으로는 '양치기의 달력', '요정의 여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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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 국밥집 푸른 정구지 이민아

 

가격도 고만고만한 국밥집 대표메뉴

섞어와 따로는 취향일지 모르나

식객들 저마다의 사연 솥단지에 우러난다

 

어떤 삶은 축축하고 속내가지 흠씬 젖어

겹겹의 무진기행 안개 너머 저어가야

한 가계, 속 저린 애경사 점묘화로 돋아오는데

 

한 젓가락 집었다가, 못 먹겠다, 내려놓고

정구지 말하면서 [:그지]로 굳이 읽는

식객의 반찬 타박이 목울대를 치는 통증은

 

다 안다, 푸른 날 끝 차곡차곡 서린 한숨

면도날처럼 빳빳한 정구지 한 웅큼에

가슴이, 꽂 지듯 화락, 베일 것만 같아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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