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 마리
저녁 한 때
삼라만상이 고요하기 그지없고
초승달이 그 얼굴을
하늘과 더불어 강에 비춘다.
우리가 거니는 길에 밀리면서도
등심초 나란히 줄지은 호수는 거울처럼 해맑다.
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여,
거닐고 있는 나에게
한없이 즐거운 환상을 속삭이는 것이여,
이제 걸음을 멈추고 나와 더불어
이 고요한 때에 핀 아름다운 꽃을 꺾어
집에 가져 가자꾸나, 반짝이는 이슬도 떨치지 않으리.
마리, 네 착한 마음이여,
내일 밝은 해가 빛날 때에
네 까만 눈동자는 이 꽃을 보리니
내가 슬픔 속에서 모은 것
정처 없이 오직 혼자서 거니는 고요한 한때지만
너와 함께 거닐고 싶어라.
*존 클레어(John Clare:1793__1864)는 영국 중부에 위치한 노댐프톤 지방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열의로 존은 다섯살 때 마을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2년 뒤에는 2마일 가량 떨어진 글링톤 교회 안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여 열 두살 될 때까지 다니게 되었다. 그때 그 학교 친구 가운데 마리 조이스라는 여학생이 있어 곧 친하게 되었다. 클레어는 그녀에게 플라토닉한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되었고, 그 감정은 일생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그 때부터이다. 이 시는 바로 그 마리를 향한 사모의 마음을 노래한 소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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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한병윤
두고온 사바**의 정 그 질긴 인연을
향불 피워 사뤄내는 합장의 아린 숨결
참선의 아늑한 분지 그 신비의 열반이여
빈가슴에 울려나는 똑또르르 목탁소리
사르르 감은 눈에 고여드는 눈물이여
바위 속 저 맑은 샘물로 씻어내는 세상 번뇌
스쳐가는 산바람에 산죽잎 떨림처럼
애처롭게 떨고있는 가느린 어깨위에
부처님 자비의 눈길 가부좌로 앉는다
*비구니 : 불교에 귀의한 여자 중
**사바 : 괴로움이 많은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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