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세계명시와 시조 1수

임기종 2018. 2. 6.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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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 마리

 

저녁 한 때

삼라만상이 고요하기 그지없고

초승달이 그 얼굴을

하늘과 더불어 강에 비춘다.

우리가 거니는 길에 밀리면서도

등심초 나란히 줄지은 호수는 거울처럼 해맑다.

 

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여,

거닐고 있는 나에게

한없이 즐거운 환상을 속삭이는 것이여,

이제 걸음을 멈추고 나와 더불어

이 고요한 때에 핀 아름다운 꽃을 꺾어

집에 가져 가자꾸나, 반짝이는 이슬도 떨치지 않으리.

마리, 네 착한 마음이여,

내일 밝은 해가 빛날 때에

네 까만 눈동자는 이 꽃을 보리니

내가 슬픔 속에서 모은 것

정처 없이 오직 혼자서 거니는 고요한 한때지만

너와 함께 거닐고 싶어라.

 

*존 클레어(John Clare:1793__1864)는 영국 중부에 위치한 노댐프톤 지방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열의로 존은 다섯살 때 마을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2년 뒤에는 2마일 가량 떨어진 글링톤 교회 안에 있는 학교에 입학하여 열 두살 될 때까지 다니게 되었다. 그때 그 학교 친구 가운데 마리 조이스라는 여학생이 있어 곧 친하게 되었다. 클레어는 그녀에게 플라토닉한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되었고, 그 감정은 일생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그 때부터이다. 이 시는 바로 그 마리를 향한 사모의 마음을 노래한 소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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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 한병윤

 

두고온 사바**의 정 그 질긴 인연을

향불 피워 사뤄내는 합장의 아린 숨결

참선의 아늑한 분지 그 신비의 열반이여

 

빈가슴에 울려나는 똑또르르 목탁소리

사르르 감은 눈에 고여드는 눈물이여

바위 속 저 맑은 샘물로 씻어내는 세상 번뇌

 

스쳐가는 산바람에 산죽잎 떨림처럼

애처롭게 떨고있는 가느린 어깨위에

부처님 자비의 눈길 가부좌로 앉는다

 

*비구니 : 불교에 귀의한 여자 중

**사바 : 괴로움이 많은 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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