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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강지처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

임기종 2023. 9. 1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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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지처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

 

후한 중흥조 세조 광무제 밑에는 뛰어난 인물들이 많았다. 대사공(大司空) 송홍(宋弘)은 인물 좋고 글 잘하는 쟁쟁한 사람이었다. 마침 광무제에게는 남편이 죽고 일찍 혼자되어 살고 있는 누님인 아름다운 호양공주가 있었다. 호양공주가 송홍을 매우 사모하고 있었다. 이를 알아차린 광무제는 두 사람을 맺어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광무제가 아무리 천자라 하나 이미 부인이 있는 송홍이고 또 당시 법도로 보아 공주를 신하의 첩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본 부인을 첩실로 좌천시켜야 하는 곤란한 입장이라 광무제는 우선 송홍의 마음을 알아 볼 양으로 어느 날 호젓한 자리에 송홍을 불렀다. 호양공주가 옆방에서 광무제와 송홍의 대화를 들을 수 있도록 미리 안배하였다. 그리고 말한다.

여보게 송홍, 어떠신가? 사람이란 그 신분에 걸맞게 사는 것이 옳은 것 아닌가? 사람이 가난 할 때는 가난한 대로의 사귐이 있고 부귀해지면 또 부귀해진 대로의 사귐이 있는 법이네. 이제 나라의 귀한 벼슬을 살게 되었으니 그에 걸 맞는 새 부인을 정실로 맞이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니겠는가?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 좋은 부인 감을 소개하겠네

그러자 송홍이 대답한다.

폐하, 아닙니다. 옛 사람의 말씀중에 빈천지교불가망(貧賤之交不可忘)이요, 조강지처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이라는 말씀이 참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어려웠던 시절을 함께 하였던 사귐을 잊을 수 없고 너무 가난하여 술지게미나 쌀겨같이 보잘 것 없는 음식으로 고생하며 함께 살아온 아내는 제 아무리 운수대통(運數大通)하여 부귀공명을 얻었다 하더라도 불하당(不下堂)할 수 없다하였으니 내쫓거나 마구 대할 수 없습니다

광무제도 옳은 말이라 하면서 숨어 있는 누님에게 조용히 말한다.

누님, 어렵겠습니다.”

옛날에 조강지처 본 부인과 새로 들인 첩실과 함께 사는 어떤 사람이 큰 병을 얻어 자리에 누웠다. 오전에는 본 부인이 약 수발을 하고 저녁에는 첩실이 약 수발을 드는데 묘한 것은 오전에 먹는 약 사발은 많기도 했다가 적기도 했다가 들쭉날쭉 인데 저녁 약 사발은 항상 일정하였다는 것이다.

하여, 이 사람은 저 놈의 마누라가 투기가 심하여 성의 없이 약을 다리는구나하고 몹시 괘씸하게 여기고 더욱 첩실을 애지중지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사람이 본 부인이 약 다리는 것을 보니 졸았으면 졸은 대로 덜 되었으면 덜 된 대로 그대로 들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이번에는 첩실이 약 다리는 것을 보니 졸았으면 물을 더 붓고 많으면 약을 수채 구멍에 내버리고 일정하게 만들어 들여오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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