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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의 자물통과 만능 열쇠

임기종 2023. 11. 3.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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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망성(將亡城)을 빠져나온 기독도는 온갖 유혹을 뿌리치고 꾸준히 왕의 길(King's Way)을 걸었다. 하지만 너무도 고달프고 험해서 기독도는 좀 쉬워 보이는 길로 들어서기로 한다.

그 길은 '의심의 성'에 살고 있는 '절망'이라는 거인의 영토로 향하는 길이었다.

결국 기독도는 '절망'에 사로잡혀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 온갖 방법으로 기독도를 괴롭히던 '절망'은 여행을 계속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면서 그에게 자살할 것을 종용한다. 얼마 동안은 정말로 그 거인이 기독도를 굴복시킨 듯 보였다.

그때 기독도와 함께 잡혀 있던 '희망'이라는 동료가 그에게 값진 승리의 순간들을 상기시켜 준다.

"그동안 당신은 참으로 용감했어요. 그 무시무시한 아볼리온과 싸워 이겼고 죽음의 그늘 계곡에서도, 허영의 시장에서도 당신은 참 용감했어요."

용기를 얻은 기독도와 '희망'은 그 밤에 기도를 시작한다. 거의 아침이 될 무렵까지 기도를 계속하던 기독도는 갑자기 크게 외친다.

"맙소사! 난 참 바보야, 얼마든지 자유로워질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무시무시한 지하감옥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니. 여보시오 희망, 내 품안에 약속이라는 열쇠가 있다오! 그 열쇠는 어떤 문이라도 열 수 있는 열쇠인데 이 의심의 성에 있는 감옥 자물쇠도 열 수 있을 것이오!“

─ 「천로역정, 존 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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