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어느 성직자가 자신은 사후에 반드시 천국으로 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는 죽었고 마침내 그곳에 이르렀다. 모든 것이 황홀하고 아름다웠다. 그가 들어간 집은 너무나도 훌륭한 궁전같은 집이었다. 그리고 어떤 욕구가 일어나는 순간, 하인이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 그 앞에 나타났다. 배가 고프면 그가 맛본것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을 든 하인이 거기에 있었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가 목이 마르면 욕구가 채 생각되기도 전에, 그것이 느낌으로만 있을 동안에 마실 것을 들고 하인이 나타났다.
이런 꿈같은 생활이 계속되었고, 그는 얼마동안은 무척 행복했다. 그러다가 그는 차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데, 가만히 의자에만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직 도를 행하는 사람만이 가만히, 언제까지라도 의자에 앉아 있을 수가 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성직자는 이삼 일 동안은 행복했다. 모든 것이 쾌적했다.
살아 있었을 때 그는 매우 활동적이었다. 매우 많은 공적인 봉사와, 전도와 교회일과, 설교로써 인도하는 일들을 했었다. 그는 사회의 여러 공동체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그는 쉬었다. 그러나 얼마나 많이 쉴 수가 있는가. 그는 불편함과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 때 하인이 나타나 물었다.
<원하시는 게 무엇입니까? 지금 당신은 목마르지도 배고프지도 않는데, 내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러자 불안해진 성직자는 말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여기 언제까지나 앉아 있을 수가 없소. 나는 무슨 일이든 하고 싶소>
하인이 대답했다.
<그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당신의 욕망은 여기에서 우리들에 의해 충족되어질 것입니다>
다시 성직자가 물었다.
<이 곳은 어떤 종류의 천국인가?>
하인이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누가 이곳을 천국이라고 말했습니까? 이곳은 천국이 아니라 지옥입니다. 누가 당신에게 이곳이 천국이라고 말했지요?>
그곳은 정말 지옥이었다. 이제 그는 이해하게 되었다. 편안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그곳은 지옥이다. 그는 머지않아 미쳐버릴 것이다. 어떤 교제나 대화, 봉사, 기독교로 개종시켜야 할 이교도, 지혜롭게 만들어야 할 우매한 사람들이 거기에는 없었다. 그러니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오직 도를 행하는 사람만이 지옥을 천국으로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