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칠 수 없는 것
우파니샤드 시대의 스베타케투라는 어린 소년은 아버지에 의해 깨달음을 얻은 한 스승에게로 보내졌다. 그리고 그는 수년동안 스승에게서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다. 그는 모든 베다를 기억하였고, 그 당시에 접할 수 있는 모든 과학과 학문을 통달하였다. 그래서 그는 위대한 학자가 되었으며, 그의 명성은 온 나라에 퍼졌다. 이제 어느 누구도 그에게 가르칠 만한 것은 없었다. 그래서 스승은 말했다.
<그대는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알았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
스승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배우고, 깨달음을 얻었으므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 제자는 아버지에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물론 큰 자만심과 에고를 가지고.
그가 막 마을 어귀로 들어섰을 때, 아버지 우달락은 아들이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어떻게 걷고 있는지를 눈여겨 보았다. 매우 자만심에 찬 걸음이었다. 아들은 무거운 머리를 떠받치기라도 하듯 목과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는 걸어오고 있었다. 이런 아들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매우 슬퍼졌다. 진정으로 알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고의 지식에 도달한 사람은 무엇을 알았다는 표시가 없는 법이다. 집으로 돌아온 스베타케투는 자기 아버지가 매우 행복해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이 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학자가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어디를 가도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존경을 표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행복해 하기는 커녕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들이 물었다.
<왜 그리 슬픈 표정을 하고 계신지요?>
아버지가 말했다.
<너에게 꼭 한가지 물어볼 것이 있다. 그것 하나를 앎으로 해서, 더 이상 어떤 것도 배울 필요가 없는 그것을 너는 알고 있느냐? 또한 그것 하나를 앎으로 해서 모든 고통이 끊겨지는 그것을 너는 알고 있느냐? 배울 수 없는 그것을 너는 배웠느냐?>
아들 또한 갑자기 슬픈 표정이 되었다.
<아니오. 하지만 저는 제 자신이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워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저에게 배우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에게나 제가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라. 그리고 너의 스승에게 돌아가서 가르칠 수 없는 것을 가르쳐 달라고 해라>
그러자 아들이 말했다.
<그러나 그런 말은 모순됩니다. 가르칠 수 없는 것이라면, 스승께서 어떻게 저에게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요?>
아버지가 말했다.
<그것이 진정한 스승의 기술이다. 그는 가르칠 수 없는 것을 너에게 가르칠 것이다. 다시 돌아가거라>
할 수 없이 그는 다시 돌아가 스승에게 엎드려 절을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저의 아버지는 정말로 터무니 없는 것을 위해 저를 다시 스승님께 보냈습니다. 지금 저는, 제가 어디에 있으며 그리고 스승님께 무엇을 여쭈어야 할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저를 다시 돌려 보내시면서, 배워서는 알 수 없는 것을 배웠을 때 돌아오라고 하셨습니다. 대체 그것이 무엇인지요? 스승님께서는 그것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한마디도 없으셨습니다>
그 스승이 말했다.
<그것은 스스로 묻기 전에는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대는 그것을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이제부터 너는 미묘한 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기억하라. 그것은 너무도 미묘한 것이기 때문에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내가 너에게 말할수 있는 일이란, 간접적으로 돕는 일밖에는 없다. 이것을 한번 해 보아라. 내가 데리고 있는 적어도 사백 마리 이상 되는 소와 그 밖의 가축을 데리고 인적이 끊어진 아주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거라. 어떤 말도 하지 말고 가축들과 함께 살아라. 절대로 말을 해서는 안된다. 이 가축들은 너의 어떤 말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계속 침묵을 지켜라. 사백 마리가 번식하여 천마리가 되거든, 그때 돌아오너라>
스승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숲속으로 가서 혼자 살아라.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그곳에서는 생각이라는 것이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동물들은 너의 이런 생각도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의 학자적인 자만심을 그곳에서 떨쳐버려라>
스베타케투는 스승의 말대로, 숲속으로 들어가 가축들과 함께 수 년 동안 살았다. 처음 며칠 동안은 무수한 잡념이 마음속에 떠돌아다녔다. 똑같은 생각들이 계속 맴돌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지겨워졌다.
사백여 마리의 가축과 새와 야생 동물과 나무와 바위와 강과 냇물만 있을 뿐, 거기에서 이야기를 나눌 대상은 전혀 없었다. 동물들 앞에서 자만심을 내보인다는것은 참으로 어리석고 쓸모없는 짓이었다. 스베타케투는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계속 에고의 상태로 남아 있는다면 이 동물들이 얼마나 나를 비웃을까?
내가 지금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인가?
그는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있거나, 냇가에서 낮잠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면서 그의 마음은 점차로 침묵 속으로 들어갔다. 여러 해가 흘렀다. 이제는 자신이 언제 돌아가야 할 것인지도 까맣게 잊을 정도로그의 마음은 사라졌다. 어떤 생각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떤 생각도 존재하지 않을정도로 그는 침묵 속에 있게 되었다. 과거는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과거가떨어져 나감으로써 미래 또한 떨어져 나갔다. 미래라는 것은 단지 과거의 투영에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스승이 말했던 것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자신이 언제 돌아가야 하는지조차 잊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는 시간도 공간도 없었다. 그는 단지 여기, 그리고 지금 존재할 뿐이었다. 그는 마치 동물과 같이순간에 살고 있었다. 그는 이제 한 마리의 소가 되었다. 가축이 천 마리가 되었을 때는 가축 자신들이 불편함을 느꼈다. 가축들은 스베타케투가 스승이 계신 아쉬람으로 데리고 가길 원했다. 그러나 스베타케투가잊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는 소들이 이 사실을 알려 주기로 결정을 하였다.
<자, 이제 이만한 세월이면 충분하오. 우리들이 천 마리가 되었을 때 돌아와야한다고 그대의 스승이 말했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소. 그런데 당신은 이 사실을완전히 잊고 있는 것 같소. 지금이 바로 그때요. 우리는 돌아가야만 하오. 이제우리들은 천 마리가 되었소>
그래서 스베타케투는 비로소 동물들과 함께 스승에게로 돌아가게 되었다. 스승은스베타케투가 천 마리의 가축과 함께 돌아오는 것을 자신의 오두막 앞에서 발견하고는자신의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보아라! 저기 천 마리의 짐승이 오고 있다. 스베타케투는 없다>
스베타케투는 이토록 침묵의 존재가 되었다. 거기에는 에고나 자아 의식은 없었다.단지 한 마리의 가축이 되어 그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스승은 그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스승은 기쁨의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스베타케투를 껴안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 그대에게 해야 할 말은 없다. 그대는 이미 알고 있는데, 왜 나에게 왔는가?>
스베타케투는 말했다.
<단지 스승님께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입니다. 단지 당신의 발을 만지기 위해서 온것입니다. 스승님은 저에게 가르칠 수 없는 것을 가르치셨습니다>
스승은 어떤 것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직 간접적인도움만이 가능한 것이다. 직접적인 인도가 있는 곳, 마음에다 무엇인가를 가르치려하는 곳에서는 진정한 종교가 싹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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