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불습유(路不拾遺)
–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는다, 남의 물건을 욕심내지 않는 살기 좋은 세월
[길 로(足/6) 아닐 불(一/3) 주울 습(扌/6) 남길 유(辶/12)]
제 것이 아니면 길에 떨어져 있어도 주워가지 않는다. 뒤에 주인이 찾으러 와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요즘 같으면 물건을 주워 분실물센터에 맡겨 미담의 주인공이 되는 격이다. 참으로 나라가 잘 다스려져 남의 물건에 욕심을 내지 않고 태평스런 사회다.
형벌이 준엄하여 법을 범하지 않거나 민심이 순박하거나 살기 좋은 태평사회다.
이런 사회를 가리키는 말은 아주 많다.
평화스런 거리 康衢煙月(강구연월), 배와 땅을 두드리며 만족하는 鼓腹擊壤(고복격양), 밤에 문을 닫지 않는 夜不閉戶(야불폐호), 땅의 금으로 감옥을 삼는 劃地爲牢(획지위뢰) 등이다.
길의 물건을 주워가지 않는 이 성어의 길 路(로)만 길 道(도)로 달리 쓰는 道不拾遺(도불습유)는 뜻이 똑 같지만 출처가 다르다.
먼저 ‘舊唐書(구당서)’에 실린 내용이다.
한 행인이 武陽(무양)이란 지역을 지나다 옷을 잃었는데 몇 십리를 지나서야 생각이 났다.
어떤 사람이 그가 조급해하는 것을 보고 위로했다. ‘우리 무양 경내에는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 않으니 지금 돌아가면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我武陽境內 路不拾遺 但能回取 物必當在/ 아무양경내 로불습유 단능회취 물필당재).’
행인이 찾으러가니 과연 옷이 그 자리에 있었다. ‘부유한 백성은 항상 한결같아서 길에 떨어진 물건을 줍지도 않아 나라에 옥사가 없다(富民恒一 路不拾遺 國無獄訟/ 부민항일 로불습유 국무옥송).’
이 내용은 前漢(전한)때의 학자 賈誼(가의)의 ‘新書(신서)’에 나온다.
더 많이 알려진 道不拾遺는 戰國時代(전국시대) 秦(진)나라가 여섯 나라를 멸하고 통일국가로 이끈 商鞅(상앙)의 엄격한 법치의 결과였다.
‘史記(사기)’의 商君(상군)열전에 법 시행 10년이 지난 사회를 이렇게 나타냈다.
‘길가의 물건을 줍는 사람이 없었고, 산에는 도적이 사라졌고 집집마다 넉넉하게 되었다(道不拾遺 山無盜賊 家給人足/ 도불습유 산무도적 가급인족).’
이외에도 ‘韓非子(한비자)’에는 鄭(정)나라 재상 子産(자산)의 치적을, ‘孔子世家(공자세가)’에는 孔子(공자)가 56세 때 법집행을 공정히 하여 태평했다고 나온다.
99를 가진 자가 100을 채우기 위해 1을 가진 사람에게 윽박지르는 사회에선 누구나 불행하다.
푼돈을 모아 희사하는 사람이 그래도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은 부를 독점하는 자들에 대한 일침이다.
공평한 사회가 돼야 태평사회가 되는 것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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