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종(睿宗)의 아들 제안대군(齊安大君) 현은 매우 어리석은 사람이었다. 일찍이 동냥하는 사람을 보고는 그 종에게 말하곤 했다.
"쌀이 없으면 꿀떡의 찌꺼기를 먹으면 되지."
이는 진(晋)나라 혜제(惠帝)가 어리석어서 굶주린 백성들에게,
"어째서 고기죽은 안 먹느냐?"
고 한 것과 같다. 또 여자의 음문(陰門)은 더럽다면서 죽을 때까지 성관계 하는 법을 몰랐다. 성종은 예종이 후손이 없음을 안타깝게 여겼다.
"제안이 성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사람에게는 상을 내리겠노라."
성종이 이렇게 명하자 한 궁녀가 자청하여 시험해 보기로 하고, 드디어 밤중에 그가 깊이 잠든 틈을 타서 그의 음경을 더듬어보았더니 제대로 발기하여 빳빳해져 있었다. 그래서 궁녀가 몸을 비비며 뒹굴었더니, 제안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다가 물을 가져오라고 하여 그곳을 수없이 씻으면서 더럽다고 소리쳤다. 하루는 제안대군의 집과 담이 맞대고 사는 선비 신원(申遠)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제안이 여자 시종 대여섯 명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산보하다가 몸을 구부려 한 시종이 도랑에서 오줌 누는 것을 엿보고는 '꼭 메추리 둥지 같구나'라고 하더군. 그것은 음모가 무성한 것을 두고 한 말이지."
어느 날 상의원(尙衣院)에서 품질이 아주 좋은 무소 가죽으로 만든 띠를 임금에게 바쳤다. 제안이 그것을 보고서는 허리에 차고 차비문(差備門) 근처로 가서
"이 띠를 신에게 하사하소서."
라고 하자 중종이 웃으며 주었다. 어떤 사람은
"제안대군이 실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종실의 맏손자로서 어질고 덕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 몸을 보전하지 못할까 두려워서 늘 스스로 감춘 것이다."
라고 했다. 그러나 남녀 사이의 욕정은 타고난 것이라 인정으로 막을 수없는 것인데 여자를 더럽다고 끝내 가까이하지 않음은 실제로 어리석은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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