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한잔하자

임기종 2025. 1.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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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이 밖에서 돌아오면 사람이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고 언제나 처를 작은 방으로 데리고 가서 가슴에 품어야만 했다. 처는 사람이 있을 때는 민망하여 남편에게 ,

"혹시 사람이 있으면 넌지시 저에게 '한 잔 하자'라는 말로 신호를 하시면 제가 곧 작은 방으로 들어가겠으니 당신이 그 뒤를 따라 들어오면 사람들은 술 한 잔 마시는 줄만 알 따름이지 어찌 그 일을 하는 줄 알겠습니까?"

하니 남편은,

"그 말이 좋겠다."

하고 그로부터는 한 잔 하는 것으로 약속됐다. 하루는 장인이 왔는데 밖에서 들어온 사위가 몇 마디 인사를 한 후 처에게,

"한 잔 하는 것이 어떤가?"

하니 처가 곧 작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사위도 따라 들어가서 얼마 후에 나오는데, 두 사람의 얼굴이 모두 붉게 홍조가 되어 있었다. 장인이 노하여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다.

"딸이란 년들은 남만도 못해. 당신도 이제부터는 딸네 집에 가지 마시오."

"무슨 이유로 그러십니까?"

"내가 술을 좋아하는 건 딸도 잘 알고 있는데 술을 작은 방에다 담가 놓고 저희 내외만 ' 한잔 하자'고 들어가 마시면서 내게는 한 잔도 권하지 않으니 세상 천지에 어찌 이런 몰인정한 딸자식이 있소. 절대로 딸네 집에 가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