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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목수 마누라가 곧잘 눈웃음을 쳐서 사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이 여인에게 유독 눈독을 들인 이는 이웃 마을 박씨 형제였다. 그들은 번갈아 가며 목수가 없는 틈을 타 그 여인한테로 숨어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목수가 일을 나간 사이에 아우 박씨가 찾아왔다. 둘이서 대낮부터 안방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형 박씨가 또 찾아든 것이었다.
" 형님한테 들켰다간 벼락이 날텐데, 어쩌면 좋지? "
박씨가 쩔쩔매자 목수의 마누라가 태연하게 벽장문을 역고 들어가라고 했다.
" 꼼짝 말고 여기 숨어 있어요.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
박씨 형은 눈에 익은 안방에 들어오자 방금 아우가 빠져나간 이불 속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대문 쪽에서 목수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 이 일을 어쩌지 ? "
허둥대는 박씨 형의 팔을 잡은 여인이 재빨리 박씨네 부지깽이를 쥐여 준 다음 마루로 나갔다. 그리고 목수 앞에 이르자 박씨 형을 보고
" 우리 집엔 댁의 아우님이 안 왔으니 딴 데를 알아보세요. "
하고 말하면서 등을 밀어내고선 대문을 닫아 버렸다. 그리고 이층 벽장 속에 있는 동생을 내려놓고는 말했다.
" 자, 당신 형님은 갔으니 이젠 안심하고 가요. “
여인은 수월하게 위기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입을 딱 벌리고 있는 남편을 보며 여편네가 생긋 웃었다.
" 남의 집 형제 싸움 따윈 난 아주 질색이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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