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에 세 자매가 있었는데 위의 두 언니들은 운이 좋아 훌륭한 남편을 만났지만, 셋째 딸은 팔자가 사나운지 바보 같은 남편을 만나게 되었다. 어느 날, 세 사위들은 장인의 회갑 잔치에 불려가게 되었다. 위의 두 딸은 남편들이 똑똑하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지만 셋째 딸은 남편이 바보라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더라도 남편의 위신을 좀 높여 주어야겠어.'
이렇게 벼르면서 잔치 전날 밤에 남편에게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오라고 하고선 남편에게 단단히 일렀다.
"내일 처가에 가시면 아버님께서 반드시 정자에 걸려 있는 액자를 읽어보라고 하실 거예요. 그 읽는 법을 가르쳐 드릴 테니 잘 기억하세요."
셋째 딸은 말을 이었다.
"내일 아버지께서 액자에 무슨 글자가 씌어 있느냐고 물으시거든 저의 행동을 잘 보고 대답하세요. 그 액자에는 방화의류(傍花衣柳)라는 네 글자가 씌어 있어요. 그러니 아버지께서 첫 번째 글자를 가리키시면 제가 슬쩍 당신 옆에 가서 설 테니 곁 방(傍)이라 대답하세요. 그리고 두 번째 글자를 가리키시면 제가 머리에 꽂고 있는 꽃을 만질 테니 꽃 화(花)라고 대답하시고, 세 번째 글자를 가리키실 때는 제가 치맛자락을 잡아 당길테니 옷 의(衣)라고 대답하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넷째 글자를 가리킬 때는 제가 허리춤에 손을 집어넣겠어요. 곧 내 허리춤에 버들가지가 들어있으니, 버들 류(柳)라고 대답하세요."
과연 회갑 잔칫날, 장인이 바보 사위에게 액자를 읽어보라고 했다. 그는 세 자까지는 무난히 대답했으나 마지막 글자를 알아 맞추지 못하였다. 지난밤에 배운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옆에 있던 아내는 그만 안타까워 바쁘게 손을 놀려 허리춤을 만졌는데도 남편은 알아차리지 못하고 멍청하게 서 있었다. 드디어 아내는 화가 나서 두 손으로 가슴을 찧었다. 그러자 남편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대답했다.
"유방 유(乳)자입니다."
아내가 어이없어 소리를 질렀다.
"여보! 당신이 어젯밤에 꺾은 것이 무엇입니까?"
"알았다! 무릎이야,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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