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태풍인데

임기종 2025. 1. 23.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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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사꾼이 장사 길에 포구 통영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하루는 어떤 기생집을 찾아갔었다.

"너를 한번 품는 값은 얼만가?"

"무풍(無風)이면 서른 냥, 폭풍이면 쉰 냥, 태풍이면 백 냥입니다."

"허허, 과연 항구다워서 계산법도 재미있구먼."

두 남녀는 우선 무풍에서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여자가 마치 나무등걸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이보게, 송장이 아닌 다음에야 좀 움직여줘야 할 게 아닌가."

장사꾼이 불만스러운 투정을 부리자 기생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무풍은 이런 거예요. 그러니 무풍이죠."

"그럼 폭풍으로 하자."

그러자 계집은 몸을 심히 굽이치기 시작하므로 사내는 크게 흥이 나서 소리쳤다.

"그럼, 이번엔 태풍으로!"

사내가 기생의 뒤로 돌아가자 순간 굉장한 진동이 일어나며 베개와 이불이 모두 천장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때 갑자기 기생이 외쳤다.

"손님! 겨냥이 틀렸어요. 거기가 아니에요."

"시끄럽다. 태풍인데 아무 항구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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