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발톱부터 깎아야

임기종 2025. 1. 20.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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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저씨가 어린 조카를 데리고 살았다. 조카는 장난이 심한 반면에 아저씨 아주머니의 밤일은 무척 요란스러웠다. 어느 날 조카의 장난이 너무 심하자 아저씨가 잔소리를 했다.

" 너도 알다시피 우리 집이 가난해서 어떤 물건이든 한번 닳거나 해지면 다시 장만하기 어려우니 조심해야 한다. 무슨 물건이든 아껴서 쓰고 얌전하게 다뤄야 한다. 특히 돗자리와 홑이불은 해지기 쉬우니 조심해야지, 알아듣겠느냐? "

아저씨의 잔소리에 조카는 속으로 웃었다.

나더러 장난이 심하다고? 밤새 그 짓을 하면서 남의 잠을 깨어 놓는 것은 누구인데, 내가 장난을 좀 한다고 잔소리가 저리도 심할까. 나더러 돗자리와 홑이불을 얌전히 다루라고? 돗자리와 홑이불을 함부로 다루어 해지게 한 것은 누구인데....’

조카는 넌지시 말한다.

"돗자리가 쉽게 달아 질 것이 걱정이면 아저씨 발톱을 깎아야 할 것이고, 홑이불이 해지는 것이 걱정이면 아주머니 발톱을 깎아야 할 것이 아닌가요?"

듣고 보니 옳은 말이었다. 밤일을 할 때 아내는 늘 홑이불을 걷어차고 그의 발톱은 돗자리를 망가지게 하지 않았던가.

" 에끼 이놈, 무슨 말이 그렇게 많으냐? "

" 아저씨는 웬 잔소리가 그리도 많아요? 난 매일 밤 그 짓 안 보느라 모로 누워 자 발톱을 쓸데가 없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