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학과 재치

육담(肉談) . 별성마마의 분부

임기종 2025. 2. 1. 05:38
728x90

 

 

옛날에 곰보병 홍역은 어린아이 때 누구든지 한번은 걸리는 병이었다. 옛말에 이르기를 두역을 맡은 신령이 있어서, 혹은 서신(西神)혹은 호구별성(戶口別星)마마라고도 하여 집안의 남녀노소가 정성껏 몸을 깨끗이 하고 이웃이나 친척이나 잡인이 결코 앓는 아이의 방에 드나들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조그마한 상 위에 정화수를 떠 놓은 것을 이름하여 객주상이 라고 하며 혹시 할 일이 생기면 문득 상 앞에서 손으로 싹싹 비비는 것이 속례의 풍속이었다. 어떤 청지기 아들이 이 병에 걸려 거의 나아가고 있을 무렵이었는데 그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가 혈기 방장한 나이로서 밤일을 가히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다가 자식 병 때문에 전폐한 지 벌써 열흘이 넘었구려. 그래 이 물건이 일어서서 죽지 아니하니 입이 마르고 마음이 번거롭게 욕심이 발동해 오늘 밤은 정말 헛되이 보낼 수 없소."

그러자 여인이 깜짝 놀라 손을 흔들며 말했다.

"호구별성마마가 여기 주접(主摺)하고 계시는데 언감생심 망령되이 잡심을 내지 마시오. 부정을 타리다."

"호구마마 역시 부부지간이라면 어찌 그 일을 모르실까. 별성은 남자의 성이요, 마마는 그 부인이 아니겠는가. 그럴진대 어찌 알지 못할 이치가 있겠소. 내 반드시 오늘 저녁만은 해내고야 말 것이니 다시는 군소리 마시오."

"정 그렇다면 당신은 마땅히 손을 씻고 정화수를 갈아 모시고 축원하신 후에 하시는 것이 마땅하리다."

남편이 그 말대로 축원하며 아뢰었다

"소인이 몸뚱이만 사람의 허울을 썼사옵지 쇠숟갈로 밥을 먹사오니 어찌 개나 돼지와 다를 수 있겠습니까. 나이 젊은 부부가 오랫동안 동침치 못했사오니 춘정을 이길 길 없어 감히 엎드려 비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특별히 한번만 교환케 처분을 내리소서."

하며 합장 재배했다. 마침 그때 순라군 한 사람이 지나가면서 그 마루에 창불이 밝게 켜 있는 것을 엿보고는 웃으며 문구멍 사이로 가느다랗게 말했다.

"원에 의해 지금 허락하노니 바로 거사할지니라."

그러자 그자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이는 반드시 호구별성마마의 분부시겠지."

그리고는 가느다란 소리로 길게 대답한 뒤에 곧 거사하여 한참운우를 벌여 용틀임의 극환(極歡)을 치렀다. 그리고 다시 의논하기를,

"이미 별성마마의 분부로 했으니 가히 고마움을 사례치 않을수 없구려 !"

하고 다시 손을 씻고 사례하였다.

"분부에 의해 한 번 만족하게 했습니다. 그 은덕이 산과 같이 높으며 물같이 깊으니 감사함을 이기지 못하겠나이다."

그러자 순라군이 또다시 말했다.

"너는 또다시 하여라."

하니 그자가 별성마마의 명령으로 알고 오래 주렸던 끝이라 다시한번 일을 치른 후에 또다시 그렇게 고사하였다.

순라군이 또 말하기를

"한번 더 해라."

하자 그자가 이렇게 하여 거의 다섯 번이나 일을 치르니 비록 건장한 사내라 한들 어찌 견디겠는가. 파김치가 되어 다리가 쑤시고 숨이 차며 땀이 전신에 흐르고 피곤이 극심해 별성에게 사례하기는 고사하고 더운 김에 길가의 창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큰 전립을 쓰고 검정 옷을 입은 덩치 큰 놈이 막대를 짚고 땅에 서 있는 게 아닌가. 기진한 청지기는 깜짝 놀랐다.

"그대는 누구인데 감히 남의 방안을 엿보느냐?"

순라군이 졸지에 대답할 말이 없거 얼버무렸다.

"나로 말씀하면 별성마마의 분부를 받고 너희 부부가 하는 바 일이 건전하냐 아니하냐를 염탐키 위함이니, 너는 다시한번 더 일을 하는 것이 옳으니라."

그러자 청지기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내 비록 죽인다 해도 감히 다시는 못하겠습니다."

 

 

'해학과 재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담(肉談) . 권 호랑이와 조 포수  (0) 2025.02.03
육담(肉談) . 사또의 명판결  (0) 2025.02.02
육담(肉談). 재상의 재치  (0) 2025.01.31
육담(肉談). 딸이란 게  (0) 2025.01.30
육담(肉談). 배앓이에는  (0) 2025.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