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안동 땅에 권(權) 호랑이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이 세력을 떨치며 살고 있었는데 그 위세가 대단했다. 어느 날 한 사람이 서울에서 새로 이사를 왔노라고 하며 그에게 찾아와 인사를 했다.
"선생의 존함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이 고을로 이사를 왔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가 정중히 인사를 하는데 권 호랑이는 거만스럽게 앉아서 절을 받기만 했다.
"난 권 호랑이라 하오."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포수 조(趙)라고 하옵니다."
아무리 무서운 호랑이라 하더라도 포수에게는 당할 수가 없기에 이것은 권 호랑이가 한 방 먹을 꼴이 되었다. 권 호랑이는 화가 머리끝까지 솟아올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렇게 망신을 당한 것이다. 그래서 권 호랑이는 며칠을 두고 복수를 해 줄 궁리를 하다 마침묘책을 생각해 냈다. 그는 어느 날 주안상을 차리고 조 포수를 집에 초청했다.
"와 주셔서 고맙소. 마침 물이 좋은 잉어를 하나 잡았기에 약주라도 한잔 나누려고 청한 것이오."
상에는 한 자가 넘을 만한 큰 잉어가 통째로 놓여 있었다. 권 호랑이는 먼저 수저를 들면서 말했다.
"나는 어두(魚頭)를 먹을 테니 노형은 어미(魚尾)를 잡수시지요."
그러자 조 포수는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예, 어미를 주시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습니까?"
어미(魚尾)와 어미(母)가 동음(同音)인 것을 이용하여 순간적으로 권 호랑이에게 역습을 한 것이었다.
권 호랑이는 ‘또 당했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손님에게 어물어물 대충 핑계를 대고 안채로 들어와 버렸다. 그는 다시금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마침 조 포수가 어머니의 상(喪)을 당하자 권 호랑이는 이제야 복수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조의금 대신 어떤 물건을 백지로 여러 겹을 싸 가지고 하인을 시켜 초상집에 보냈다. 상주가 풀어보니 이건 큼지막한 숫말의 물건이 아닌가.
조 포수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말했다.
"돌아가서 이런 것은 우리 집에서는 안 쓴다고 여쭈어라."
조 포수는 다시 곱게 싸서 상노에게 다시 돌려보냈다. 그러자 다음날 권 호랑이가 직접 찾아왔다.
"상가에서 쓰시라고 고기를 보냈는데 어찌 제사에 사용치 않고 돌려보냈소?"
"예, 고기를 자세히 보니 산적 꼬챙이를 꿰었던 구멍이 있기에 댁의 제사 때 이미 쓰신 줄 알고 안 썼소이다."
권 호랑이는 얼굴이 붉어져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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